학교는 지방에, 병원은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방의대‘ 대폭 증원

[환경일보] 교육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3058명에서 2000명 더 늘리고, 이 중 1639명(82%)을 비수도권 지역 대학에 배정한다고 발표했다.

비수도권의 지역거점 국립대 의대 정원은 경북대(110명)·부산대(125명)·전북대(142명)·충북대(49명)에서 200명으로 증가한다. 최대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로, 정원 150명이 된 사립대(원광대·조선대·순천향대)까지 더하면 총 10개 지방 의대가 서울대보다 규모가 커진다.

국내 의대 정원이 증가한 것은 제주대 의대가 신설된 1998년 이후 27년 만으로, 2006년 351명을 줄인 뒤 의대 정원은 19년째 동결됐다.

이번 의대 정원 배치가 지역의료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지역에서 공부했다고 반드시 그 지역에서 취업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증원안에서 ‘지역 의대’로 분류한 곳 상당수는 교육병원이 수도권에 있는 경우다. 의대생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학습과 실습하는 ‘무늬만 지역 의대’가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삼성과 현대의 실습병원을 보면 답이 나온다. 울산대 의대는 지방의대이지만, 실습 병원은 서울에 있는 아산병원이다. 성균관의대 역시 수원에 있지만, 교육병원은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에 있다. 이들 대형병원은 정부가 정원을 200% 증가시켜줬다. 

결국, 국립대 의대 인원을 빼면 사립대 의대 증원 인원 1194명 중 수도권 병원이 있는 사립대가 764명(64%)에 달한다.

무턱대고 의대 정원을 늘리면 교육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신현영 의원실이 의대 정원 2000명씩을 기준으로 2030년 의과대학 교수당 학생 수 비율을 산정한 결과, 전체 의대 교수의 경우 1인당 학생 수는 충북대가 8.2명, 가톨릭의대가 0.6명으로 무려 13.7배의 차이를 보였다.

기초교수의 경우 1인당 학생 수는 강원의대가 44.0명으로 가장 많고, 가톨릭의대가 10.7명으로 가장 낮았다(4.1배). 임상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충북의대가 10.6명으로 가장 많고 가톨릭의대가 0.6명으로 가장 낮았다.

권역별로는 호남권 의과대학의 전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5.4명으로 수도권 의과대학의 1.6명에 비해 3배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다. 같은 의대라도 학교와 지역에 따라 교육의 질에서 차이가 발생할 것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희망회로를 최대한 돌려서, 만약 대폭 늘어난 의대생이 지역에 정착한다면, 그들을 포용할 인프라는 충분한가? 인구는 없는데 병원은 필요한 경우 정부가 수입을 보존해줄 수 있는가?

의대생이 내는 등록금 외에도 학생 한명당 6년간 수억원에 달하는 교육비가 따로 필요한데 지방 의대들은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2000명이라는 숫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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