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플라스틱 일회용품 계도기간 종료 2주전 무제한 유예 발표
정부만 믿고 공장 확장한 친환경 제품 생산업체 줄도산 위기 몰려
제품 판로 확보 통한 공장 정상화, 계도기간 종료일 결정 우선돼야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금지 정책에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마케팅 겸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소상공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책에 맞춰나가기 버겁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환경부의 일회용품 사용금지 정책에 대기업 프랜차이즈들은 마케팅 겸 친환경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했으나, 소상공인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정책에 맞춰나가기 버겁다는 의견들을 제시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환경일보] 박준영 기자 = 1907년 레오 배클랜드가 발명한 화석연료를 이용한 합성수지 플라스틱은 인류 생활에 혁명을 가져왔다. 뛰어난 내구성과 형태를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는 플라스틱의 특성은 우리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만들었으며 자동차, 항공기,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의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플라스틱의 장점이 동시에 큰 문제를 초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확산은 너무 뛰어난 내구성으로 분해가 매우 어려워 해양 오염 등의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켰다.

실제로 2022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2019년 약 4.6억 톤에 이르렀으며 2060년에는 약 12.3억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도 2020년 약 20억 톤에서 2050년 54억 톤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플라스틱 오염과 온실가스 발생 문제가 플라스틱의 대규모 생산, 대규모 폐기 등의 ‘선형경제 시스템’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앞으로 플라스틱은 선형경제 구조에서 벗어나 자원과 제품의 순환성을 강화한 ‘순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해 폐기물 발생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유럽은 2020년 발표한 ‘순환경제 이행계획’에서 포장재, 플라스틱 등 7개 핵심 산업을 포함한 구체적인 순환경제 비즈니스 모델의 전략 수립과 이행을 가속화하고 있으며, 특히 각 산업 부문별 혁신·지원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강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해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고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밝혔다. 동시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다회용품 및 분해성 제품 사용 권장 등의 정책을 펼치며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퇴출을 시도했다. /자료제공=환경부
대한민국은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해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에 나서겠다고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밝혔다. 동시에 일회용품 사용 금지, 다회용품 및 분해성 제품 사용 권장 등의 정책을 펼치며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퇴출을 시도했다. /자료제공=환경부

대한민국도 2020년 12월에 발표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 10대 과제 중 하나로서 ‘순환경제 활성화’를 통해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나아가 2021년 12월 발표한 K-순환경제이행계획에서 순환경제 핵심 산업군을 EU의 순환경제 7개 핵심 산업과 동일하게 제시하며 세계 흐름에 발맞춰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나아가, 환경부의 심사를 거쳐 유해성이 없고 스스로 분해하는 ‘생분해성 플라스틱’으로 만든 제품에 친환경 인증 마크를 부여해 몇 가지 혜택을 주거나, 카페를 대상으로 1년의 계도기간 후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다회용품이나 분해성 제품을 사용하게 하는 정책을 펼치며 플라스틱 일회용품의 퇴출을 지속해서 시도했다.

그러나 작년 11월, 환경부는 종료까지 2주 남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의 계도기간을 일방적으로 무기한 연장했다. 동시에 편의점과 마트 등에서 실시하던 비닐봉지 사용 금지도 철회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이번 정책 철회가 일회용품 사용을 권장하는 취지는 아니다. 환경부는 규제보단 사회구성원들이 알아서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정책으로 수정 중”이라며 “또한 계도기간 동안 현장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다수 접수됐으며, 비용 문제로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 정책이 잘 정착되지 못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닐봉지 사용에 대해서는 “비닐봉지 대신 생분해성 봉지, 종이 봉지, 종량제 봉지 등의 대체재가 현장에서 알아서 잘 정착되고 있어 규제를 철회하게 됐다”고 밝혔다.

즉, 환경부는 정책 철회의 이유로 한쪽에서는 정착이 잘 안돼서, 다른 한쪽에서는 정착이 잘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상반되는 주장을 펼쳤다.

일회용품 규제 사실상 ‘철회’··· 엇갈린 업계 반응

환경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관련 분야 소상공인들과 종이 빨대 생산업체 등 일회용품 관련 업계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우선, 개인 카페나 편의점을 운영 중인 소상공인들은 환경부 결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계도기간을 무제한 연장하고 일부 품목의 사용을 허가한 환경부의 결정에 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는 “인력난, 비용부담,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계도기간 종료 시 현장의 큰 혼란이 예상됐다. 환경부의 이번 결정은 소상공인들의 경영 부담을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하며, 앞으로 협회는 자발적으로 일회용품 감축 노력을 지속하겠다”며 잘 썩지 않는 종이컵, 빨대, 비닐봉지 등 작은 것부터 줄여나가는 데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원씨는 기존 일회용 비닐봉투보다 몇배 더 비싼 친환경 인증봉투는 소상공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왔으며, 환경부의 홍보부족으로 일회용 봉투의 가격 인상에 불만을 품은 손님들을 매일 설득하는것도 힘들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준영 기자
인터뷰에 응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비싼 친환경 인증 비닐봉지의 재고가 다 떨어지면 다시 값싼 비닐봉지를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사진=박준영 기자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재원(가명) 씨는 “비닐봉지 대용으로 발주해온 종이·친환경인증 봉지는 기존 비닐봉지보다 2.5배 더 비싸 부담이 컸다. 현장의 사장님들과 상의도 없이 정책을 추진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갑자기 비싸진 봉지 가격은 알게 모르게 매출에 영향을 분명히 끼쳤다. 거기에 불만을 품을 손님을 설득하는 것도 우리 몫이었다. 환경부가 하는 일은 도대체 뭐냐”고 말했다.

개인 카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인터뷰에서 “일회용컵 사용 금지 정책은 홍보가 전혀 안 된 정책이었다. 다회용컵, 종이 빨대에 불만을 가진 손님들을 설득하는 건 환경부가 아닌 현장 사장님들의 몫이었다”며 “나아가 다회용컵을 씻는 등의 과정이 추가로 발생하며 사람이 몰리는 시간을 대비해 추가 인력을 뽑거나 장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해 사장님들의 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으나, 환경부의 지원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그동안 불편한 게 있더라도 환경을 위해서, 정부에서 시행하는 정책이니까 라는 이유로 노력해 왔는데, 이렇게 규제에 반대하면 철회한다는 선례를 남겼으니 많은 사장님이 환경부 규제는 다 거부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종이 빨대 재고가 쌓여있는 공장 /사진제공=누리다온
종이 빨대 재고가 쌓여있는 공장 /사진제공=누리다온

종이 빨대 공장은 상황이 심각하다. 이상훈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 공보 담당 이사는 “정부가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면서 플라스틱 빨대를 써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줬다”며 “환경부 정책만 믿고 공장 설비를 확충한 회원사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이번 정책 무제한 유예 결정으로 인해 거래처에서도 종이 빨대 주문을 취소하고 재고만 약 2억 개가 쌓여있다. 국내 종이 빨대 제조·판매 소상공인들은 판로가 끊기고 줄도산 위기에 내몰리게 됐다”고 밝히며 정부에 배신감을 토로했다.

해결책 제시한 환경부··· 효과는 ‘글쎄?’

환경부가 일회용품 정책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을 발표한 당일 정책브리핑에서 임상준 환경부 차관은 일회용품 사용 금지 정책의 계도기간을 무기한으로 연장하며 “규제와 강제만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특히 일회용품 규제 정책 자체가 온 국민이 고르게 부담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문의 희생을 강요하는 형태라 지속 가능성이 작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계도기간 무기한 연장이 규제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유엔 플라스틱 협약이 2~3년 이내에 제정되는데, 그 안에 플라스틱 규제를 확정할 예정”이라며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추세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 국익을 고려해 개별 품목을 어느 수준에서 규제할지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에 맞춰 준비해온 사업자들에 대해선 “규제 강화에 발맞춰 미리 준비한 분들에게는 송구스러운 일이다.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환경부는 중소벤처기업부와 손잡고 친환경 재활용 사용 우수 매장을 지정해 정책자금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지원방안을 추진중이다. 나아가 매출이 줄어든 일회용품 대체품 제조업체에도 경영애로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종이 빨대 수요 유지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종이 빨대 판로를 찾지 못한 종이 빨대 업체들은 공동 판매를 통해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종이 빨대 판로를 찾지 못한 종이 빨대 업체들은 공동 판매를 통해 활로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업계관계자들은 특별 대출이 사장된 종이 빨대 업계의 활로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종이빨대 생산업체 대표 김성근(가명)씨는 “종이 빨대는 기존 플라스틱 빨대의 경쟁상품이 아닌 대체상품인데, 이 부분의 홍보가 부족해 사람들에게 종이 빨대는 굳이 사용할 필요가 없는 부정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이 박혀버렸다”며 “당장 재고로 쌓여있는 종이 빨대들은 쓰레기가 되기 직전”이라며 “재고를 해결하고 꾸준히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판로 확보를 도와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비교적 비싼 종이 빨대의 단가도 규제와 함께 시장이 확대되면 자연스럽게 내려갈 것이다. 계도기간 종료일이 확실히 정해져야 종이 빨대 소비량이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24일 종이빨대생존대책협의회와 진행한 두 번째 간담회에서 종이 빨대 업계를 위한 지원방안과 계도기간 종료 시점을 이른 시일 내로 밝히겠다고 말했으나, 2개월이 지난 시점인 현재까지 아무런 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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