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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돈침대 사태, 정부 ‘뒷짐’에 울고 있는 피해자들

기사승인 2020.09.16  17:3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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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송 규모 5000여명, 회수 물량만 10만6000여개···“건강피해 인과성 없다” 불기소 판정
“원안위 측정 신뢰성 없다” 전문가 문제 제기, 암 유발 상관관계 유의미한 분석 나와

지난 9월14일 경기도 주최로 '라돈침대 건강피해 대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제공=경기도>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검찰은 지난 1월 라돈침대에 관해 피해자들이 제기한 ‘대진침대 대표 및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 관계자에 대한 상해, 사기, 표시광고법위반, 직무유기’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대진침대 대표자들이 유해성을 사전에 몰랐고, 매트리스에서 배출된 라돈으로 폐암과 백혈병 등에 걸렸다는 인과관계가 없다’라는 게 이유다. 

사건이 알려진 지난 2018년 5월 이후 기준치 초과로 그간 10만6000여개가 넘는 물량이 회수된 상황에서, 아직 인과성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책임공방 가운데 신체와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시간을 거슬러 사건 촉발 후 원안위의 조사부터 제품회수 및 시민단체 등의 피해대책 촉구와 수차례 국회 토론회를 거쳤다. 

그리고 지난 2019년 7월 ‘생활주변 방사선 안전관리법(생활방사선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하지만 2년 4개월이 지난 현재, 피해자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은 “그동안 진행된 상황들이 제품의 회수와 관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피해자 건강은 여전히 뒷전”이라면서 “정부의 외면으로 피해자들이 직접 건강 피해의 인과성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정부 관심은 ‘제품 회수’

앞서 국민신문고에 접수된 라돈침대 피해 관련 민원에서도 절박함은 그대로 드러난다.  

자신을 피해자라고 밝힌 한모씨는 ‘대진침대 사용 피해자에 대한 건강상태 전수조사’를 촉구하는 장문의 내용에서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얼마나 많은 피해자들이 있는지 실태조사 등을 통해 제대로 알려고 하지 않고 있다”면서 “원안위는 생활방사선과 방사능 유출에서 국민의 안전한 삶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출산한 아이가 생후 15개월 만에 소아암 판정을 받았고, 1년 동안 수술과 함암치료를 받았으나 다시 재발했다. 소아의 경우 세포분열과 성장이 빨라 암 전파 가능성이 높다.

‘침대에서 배출된 라돈이 폐암과 백혈병 등을 유발한 직접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라는 앞서 사법부의 판단이 이들에겐 정부가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 없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에는 원안위의 의견이 상당 부분 근거로 반영됐을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생활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방사선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명시한 ‘생활방사선법’의 책임 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원안위가 수행한 회수된 라돈침대에 대한 분석이 과연 타당한가. 방사선 선량 측정을 어떻게 했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원안위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다. 상당 부분에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그가 원안위로부터 받은 자료를 직접 분석한 바에 따르면, 허점은 곳곳에서 관측된다. 

먼저, 농도를 측정하고 내부선량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적용된 ‘평형인자’에 대한 적절성 여부다.

원안위는 여기에 대표값으로 0.4를 일률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측정하는 공간의 환경에 따라 평형인자는 달리 적용돼야 한다는게 백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방출원의 가스농도가 같아도 환기 상태에 따라서 평형인자는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실제 주거환경을 고려한 평형인자를 적용해 측정해야 정확하다는 것이다. 

원안위 측정에서 드러난 허점

원안위가 과거 1차 조사후 보도한 내용을 보면 측정된 라돈 농도는 24.2 bq/m³ 이다. 여기에 배경에 있던 농도 15 bq/m³ 를 감안, 라돈침대로 인한 실질적 영향은 두 수치를 뺀 9.2 bq/m³ 라고 발표했다. 

토론(thoron) 성분은 각각 91.6 bq/m³, 13.5 bq/m³ 로 차이인 78.1 bq/m³ 이 영향을 줬다고 봤다.

이어 2차 조사 결과에선 수치가 큰 폭으로 증가, 라돈과 토론의 농도가 각각 평균 32 bq/m³, 732 bq/m³ (배경농도 제외)로 발표된다. 

박동우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환경보건학과 교수 연구팀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가정환경 내 평균 농도는 라돈이 88 bq/m³, 토론은 1348 bq/m³ 수준이다. 

백 교수는 이를 인용 “일반 가정환경 수준보다 농도가 적은 걸로 보아, 환기가 상당히 잘되는 곳에서 측정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실제 주거환경의 평형인자는 0.23 수준으로, 원안위가 적용한 0.4와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0.4를 적용하려면 실험시의 환기상태 정도는 더 낮아야 한다”고 의문을 표했다. 아울러 ‘선량환산’ 적용에 있어서도 원안위가 가장 최신인 ICRP(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137 기준을 적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선량환산은 평형인자와 마찬가지로 농도 계산 과정서 적용되는 인자다.

매트리스 수거 당시 <사진제공=수원시>

피해자 모임 5000명 중 180명 암 진단

이에 관해 원안위는 “ICRP는 피폭의 총 누적량이 100mSv 이상일 경우에 대해서만 건강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그 미만에 대해선 입증된 과학적 근거가 없다”라는 답변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백 교수는 “침대 사용자 다수가 10년 이상 썼다는 것을 감안하면, 100mSv를 초과한 경우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라돈침대 피해와 암 유발의 상관관계를 찾기 위해 진행된 연구도 있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측이 수행한 ‘라돈침대 피해자 대상의 암 유병률 분석’ 결과는 일반인구 집단 대비 상대적으로 라돈침대 피해자가 암 유병률이 높다는 데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현재 ‘라돈침대 피해 소송자모임’에 있는 5000여명 가운데 암 진단을 받은 180명(3.6%)에 대한 분석에서 ‘폐암’과 ‘유방암’의 유병비가 일반인보다 높았고, 사용 기간에 따라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내용이다.         

방예원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연구원은 “폐암의 경우 남성은 일반보다 6배, 여성은 3.5배 높았으며 유방암은 여성에 한해 1.2배 높았다”라면서 “이는 침대 사용 기간이 길었을 경우 더 증가해 5년 이상과 미만을 비교한 바 남성 폐암은 3.2배, 여성 폐암은 1.7배 차이가 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결과가 공신력을 가지기에 한계는 뚜렷하다. 보다 못한 피해자들이 직접 서울대 측에 의뢰해 진행된 연구로, 무엇보다 아직 정부의 검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원안위 생활방사선안전과 측 관계자는 “해당 분석결과를 살펴봤으나 워낙 통계적인 모수가 작아, 신뢰성을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해자들만 속타는 책임 공방 

일부에선 생활방사선법에서 정의되는 원안위라는 조직의 성격이 과연 ‘대국민 피해구제’를 위한 행정을 할 수 있는 곳인가에 물음표를 던진다. 

‘생활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방사선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공의 안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나 피해 발생시 ‘구제절차’와 ‘진행방법’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라돈침대 피해 대응을 원안위의 역할만으로 두기에는 한계가 따를 수 있다는 얘기다.

오길영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운영위원장은 “원자력과 안전관련 정책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기관인 특성상, 여기서 제대로 된 피해 구제를 위한 대국민 행정이 가능한가는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어쨌거나 이러한 상황을 간파하기 힘든 피해자들은 그저 정부에 호소할 뿐이다. 

지난 9월14일 경기도청서 열린 대책 토론회에 참석한 피해자 호병숙씨는 “건강피해에 대한 조사마저도 하지 않고 있는 정부를 보며, 국가적으로 은폐하려 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하루빨리 피해 인과성 입증을 위한 조사에 착수해, 가해자를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덧붙여 “건강과 생명권에 대한 권리가 보장된 정의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대진침대를 사용했으며 2015년에 자궁암, 그로부터 3년 뒤에는 유방암 진단을 각각 받았다.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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