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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면으로 얼룩진 강동 둔촌 재개발 현장

기사승인 2020.01.10  15:3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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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동구청, ‘조건부 착공허가’ 편법 동원해 공사 강행
고용노동부 동부지청, 뒤늦게 현장점검 ‘문제 없다’

[환경일보] 1만2000여 세대에 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개발사업이라는 강동 둔촌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석면이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석면이 해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은 물론, 재개발 현장 인근의 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건강에 피해가 우려되지만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석면해체 담당부처인 고용노동부 동부지청은 착공계는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며 방관하고 지자체는 ‘석면 해체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계를 내주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느냐’며 적반하장식으로 나오고 있다.

낡은 상하수도나 보일러 배관 사이 이음새인 개스킷에는 석면이 40% 섞여 있는데, 이를 해체하려면 개스킷만 잘라서 밀봉해 옮긴 후 밀폐된 상태에서 따로 해체해야 한다. 그런데 강동 둔촌 현장에는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강동구청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진행한 지상 석면 제거가 끝나 재건축이 본궤도에 올랐다’며 홍보자료를 냈고 언론들은 평당 분양가가 얼마가 될 것인가를 예측하기 바빴다.

문제는 지상의 석면이 모두 제거됐는지 검증되지 않았고, 지하에 있는 석면은 아직 손도 못 댄 상태라는 것이다. 석면 철거에 대한 감리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석면 제거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임에도 강동구청은 착공계를 내줬다.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 관계자는 “지하에 있는 석면 시설물을 꺼내려면 흙을 파내야 하기 때문에 조건부 착공계를 내줬다”고 밝혔다.

‘조건부 착공계’라는 단어가 법적인 용어가 아니며, 석면 해체가 완료됐다는 감리보고서가 나오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조건부 착공계라는 용어가 행정에는 없는 단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흙을 파내려면 어쩔 수 없다”면서 “석면 해체가 끝나고 감리보고서가 나와야 착공계를 내줄 수 있다는 법도 없지 않느냐”며 오히려 따졌다.

이에 취재진은 “현장의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의 건강이 우려되지 않느냐”라고 물었지만 이에 대해서 “강동구청 맑은환경과에서 석면 제거가 끝났다고 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강동구청 주택재건축과 관계자는 석면 해체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착공계를 '조건부 착공계'라는 법률에도 없는 용어를 내세워 정당화 했다.

석면해체 감리보고서 없어

그렇다면 석면 해체 감리보고서도 없이 석면이 완전히 해체됐다는 것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강동구청 맑은환경과 관계자는 “우리가 자주 나가서 살폈고 직접 확인했다”는 어이없는 답변을 내놨다.

상식적으로 담당공무원 한두 명이 1만2000세대에 달하는 공사현장에 석면 잔재물이 있는지를 일일이 눈으로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강동구청 관계자는 “주민감시단이 석면 보양 과정을 확인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보양이란 석면 해체 작업 전에 실내를 불침투성 비닐로 둘러싸는 것을 말하는데, 주민감시단이 이를 확인했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지상 시설물의 석면 제거조차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하에 있는 석면시설물을 파내 방치된 상황에서 과연 강동구청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공사장과 인접한 학교 학생들의 건강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것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보양을 했어도 작업 과정에서 비닐이 찢겨질 수 있으며, 내부 압력을 적절하게 유지해서 비산되지 않았는지도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석면 해체 작업이 끝난 이후 현장에 석면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학교에서 석면 해체가 끝난 이후 학부모들이 석면 잔재물을 발견했고 그 결과 재작업을 해야 했다. 석면해체는 물론 감리 역시 부실했기 때문이다.

석면 해체 작업을 모르는 사람들은 감리가 작업장에 상주하면서 석면해체 작업을 일일이 감시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심지어 자리를 이탈하는 감리원까지 있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감리사를 믿지 못하고 직접 감시단으로 뛰는 것이다.

강동구청은 지하에 매설된 가스킷을 꺼내기 위해 조건부 착공계를 12월에 내줬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10월에 이미 가스킷 해체가 시작됐다. 착공계 없이도 가스킷의 석면 해체가 가능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착공계를 내준 강동구청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지상에 나뒹구는 석면시설물

그런데 강동 둔촌 현장의 주민감시단은 보양 확인을 끝으로 와해됐다. 주거침입죄로 고발을 당하면서 학부모들이 겁을 먹었고, 빠른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들과 갈등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주민감시단에 참여했던 한 주민은 “구청 앞에서 안전한 석면 해체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는데 몇몇 주민들이 몰려와서 ‘너희 때문에 재개발이 늦어진다’며 머리채를 잡고 욕을 했다”며 “주거침입에 대해서도 불기소 처분이 내려졌지만 이후에도 갖가지 명목으로 고발하겠다는 협박과 유언비어 때문에 주민감시단은 와해되고 말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에 있는 석면이 완전히 제거됐으니 공사를 시작해도 괜찮다”라는 강동구청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지상의 석면을 제대로 철거했다는 말을 믿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다. 둔촌 재개발 현장에는 지하에 묻혀 있던 석면시설물이 아무렇게나 방치되고 있다.

지하의 낡은 상하수도나 보일러 배관 사이 이음새인 개스킷에는 석면이 40% 섞여 있는데, 이를 해체하려면 개스킷만 잘라서 밀봉해 옮긴 후 밀폐된 상태에서 따로 해체해야 한다. 이 같은 작업이 필요한 개스킷만 1만2000개에 달한다. 그런데 현장에는 이 개스킷이 아무렇게나 잘려져 나뒹굴고 있다.

“개스킷이 밀봉된 상태에서는 석면이 노출되지 않는다”면서도 “현장에는 나가보지 않았다”는 고용노동부 동부지청 담당자. 이에 현장 동영상을 보냈지만 일주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 동부지청 담당자와의 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확인됐다. 강동구청은 지하에 매설된 개스킷을 꺼내기 위해 착공계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댔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10월부터 개스킷 해체가 시작된 것이다.

동부지청 담당자는 “10월에 가스킷 석면 해체가 시작됐고 착공계가 나온 것은 12월”이라고 확인해줬다. 

그런데 동부지청 담당자는 착공계가 나온 12월 본격적인 해체 작업에 돌입한 이후 한 차례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지난해 말 취재진이 문제를 제기할 당시에는 “현장에 나가보지 않아 잘 모르겠다”라고 답하더니 1월 둘째 주가 돼서야 현장을 점검하고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현장의 노후 하수관이 훼손된 것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고, 정확히 개스킷 부분이 훼손돼 석면이 비산된 것을 확인하지 않는 이상 문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방치된 개스킷에서 석면이 비산되는지 측정한 결과가 있는지 물었지만 “측정하지 않았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착공계를 내주는 것은 강동구청 소관이지만, 석면 해체 과정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이를 적발해 공사를 중지시키는 권한은 고용노동부에 있다. 과학적인 측정 없이 아무렇게나 방치된 석면 시설물이 안전하다는 것을 믿어야 할까?

석면 해체 완료 감리보고서 없이 공사를 시작하는 게 왜 불법이냐고 따져 묻는 강동구청, 공사 착공은 소관사항이 아니라며 책임을 미루는 고용노동부. 1급 발암물질인 석면으로 인한 공포에 떨어야 하는 주민들이 하소연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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