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단체·정의당, 친권자의 자녀 징계권 민법에서 삭제 촉구

1958년 제정 이후 개정 없는 민법,
‘자녀 보호와 교양을 위해 징계할 수 있다’ 명시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시민 3만 명 지지
복지부 장관 “징계권 없어지도록 최선 다할 것”

국내 주요 아동단체들과 정의당이 민법 내 명시된 ‘친권자의 징계권’에 대한 삭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자료제공=초록우산어린이재단>

[환경일보]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관대하게 여겨온 체벌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주요 아동단체들과 정의당이 민법 내 명시된 ‘친권자의 징계권’에 대한 삭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1958년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된 적 없는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하여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이르고 있어, 훈육 과정의 징계라는 이름으로 자녀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5월 ‘포용국가아동정책’을 발표하면서 ‘징계권’이란 용어가 자녀를 부모의 권리행사 대상으로만 오인할 수 있는 권위적 표현이라며 친권자의 징계권의 범위에서 체벌을 제외하는 등 한계를 설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3개 아동단체는 여기에서 나아가 징계권을 전면 삭제하라는 요구로 지난 9월부터 ‘Change 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 캠페인을 펼쳐왔다. 시민 3만2000여 명이 캠페인을 지지하는 서명에 참여했고 아동보호전문기관협회를 비롯해 아동·부모·법률 단체 109곳이 뜻을 함께했다.

3개 아동단체는 지난 11월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 기념식에서 이들의 지지 서명과 연명 목록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전달했다. 박 장관은 “전달받은 서명을 법무부 장관과 국회의원에게 전달해 빠른 시일에 민법 915조 징계권이 없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법무부는 “‘친권자의 징계권’에는 체벌권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징계권 조항 전면 폐지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내세우며 논의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고, ‘포용국가 아동정책’ 발표 이후 7개월이 지나서야 부처 간 협의가 시작됐다. 

3개 아동단체는 “훈육 또는 징계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자녀에 대한 부모의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가정을 비롯해 모든 환경에서 체벌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현재 58개국이다. OECD 국가 중에는 22개 국이 가정을 비롯한 모든 환경에서 아동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고 있다. 유럽 국가 중에서도 체벌에 관대한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도 지난 7월 유럽의회의 권고를 수용해 체벌을 금지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친권자의 징계권을 민법에 명시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지난 6월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아동학대특별법’에 신설했고 내년 4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아직 민법에 남아있는 징계권 조항의 삭제도 논의하고 있다. 

지난 9월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대한민국 정부 심의 결과로 ‘법률 및 관행이 당사국 영토 내 모든 환경의 간접체벌’ 및 ‘징계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3개 아동단체는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와 국제적 노력에 우리 사회가 응답할 차례”라며 “훈육 또는 징계라는 이름으로 더 이상 자녀에 대한 부모의 폭력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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