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 '전국 지자체 탈석탄 금고 지정 촉구' 기자회견 열어
"탈석탄 금고 지정, 탈석탄 투자에 무관심한 국내 금융기관 각성해야"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민사회단체는 석탄발전 투자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김봉운 기자>

[프레스센터=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세계 금융기관들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하고 지속가능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탈석탄 투자를 선언하고 이를 이행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금융기관 중  특히 은행은 탈석탄 투자 선언에 무관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외 석탄발전소 투자를 통해 단기적인 이익을 누리고 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녹색경영을 표방하면서도 지난해 석탄발전 금융투자는 46% 증가한 사실이 시민사회의 연구결과 밝혀졌다.

이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그린피스, 환경운동연합, 기후솔루션 등 시민사회는 전국 지자체의 금고 지정시 탈석탄 투자 선언하고 이행하는 은행을 적극 우대하는 방안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19일 오전 10시30분,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했다. 

전국 지자체 및 시도교육청 금고 시장만 400조

지자체가 금고 지정 시 탈석탄 투자를 선언한 은행을 적극 우대하는 방안이 탈석탄 투자에 무관심한 국내 금융기관들의 관심을 유도할 강력한 신호가 될 수 있다고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시민사회는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탈석탄 금고’는 탈석탄 투자 선언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금융기관을 관리 은행으로 지정한 금고를 말한다. 해당 은행은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채권 인수, 대출 등 각종 금융지원을 중단하거나 향후 이행 계획을 밝혀야 한다.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의 금고 지정은 각각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금고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와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금고지정 기준에 관한 예규’에 따라 각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제정한 조례 및 규칙을 기반으로 한다. 현행 행안부와 교육부의 예규에 따르면,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은 금고 지정 시 각각 11점과 9점을 지역특성과 정책목표 등을 반영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의 지자체와 시도교육청이 탈석탄 선언여부, 국내외 석탄발전 투자철회 계획 제출 및 이행 등 ‘탈석탄 금고 평가 세부항목’을 신설하고 유의미한 수준으로 배점함으로써, 탈석탄 금고를 만들어 나가기를 촉구했다. 각 지자체는 금고지정 조례 및 규칙 개정을 통해 당장 올해부터 이를 시행할 수 있다.

금고 시장은 국내 은행들의 가장 큰 사업 영역 중 하나로,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의 금고 규모는 2019년 기준 약 341조5775억 원이다.

여기에 17개 시도 교육청(약 70조5960억 원), 지자체 산하 공사 및 공단(약 28조2274억원)과 출자·출연기관의 금고(약 12조5507억원)까지 합치면 전체 규모는 453조원에 이른다.

현재 전국 지자체 및 시도교육청 금고로 지정된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대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등이다.

그러나 이 중 전북은행과 제주은행을 제외하고 모든 은행이 국내외 석탄발전소에 투자하고 있다.

PF 대출 규모만도 최소 7230억원에 이른다. 그 외 회사채 투자 등 다른 형태로 투자한 금액까지 더하면 적게는 수조 원에서 많게는 수십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기관 탈석탄 선언, 한국은 이미 후발주자

그린피스 장마리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전 세계 탈석탄 금융선언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되어 한국은 이미 후발주자”라며, “전세계 2위 규모인 한국의 해외석탄발전소 금융지원부터 시급히 중단해 타 공적기관과 민간은행들의 귀감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솔루션 이소영 변호사가 탈석탄과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기자회견장에서 국내외 금융기관의 석탄투자 철회 동향과 중요성을 발표한 기후솔루션의 이소영 변호사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석탄산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는 이유는, 비단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환경적 이유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력이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는 석탄사업의 재무적 위험성 때문”이라며, “지자체와 교육청의 금고는 국민의 세금 등으로 조성된 공공 재원인 만큼 금고 지정에 있어서 환경적 건전성과 재무적 위험성이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탈석탄 금고지정은 특정 금융기관을 배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시대에 대응해 시장의 룰을 바꾸어 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하며, “특히 기후변화 리스크가 금융기관의 재무 건정성과도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는 만큼 탈석탄 금융 우대는  금융기관은 물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 나가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에너지기후 국장은 “작년 7월 환경부와 함께 수도권 미세먼지 퇴출 동맹을 체결한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남춘 인천시장이 즉각 탈석탄 금고 추진 의지를 밝혀주길 촉구”하며, “앞으로 지역 단체들과 함께 전국 지자체와 교육청의 탈석탄 금고 지정을 적극 촉구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탈석탄 금고 지정을 고려하고 있는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이날 영상 메시지를 통해 “국내외 석탄발전소 투자로 석탄금융 투자처가 이익을 얻는 동안 국민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충남도는 국내 탈석탄 리더로서 석탄발전의 근원이자 뿌리인 석탄금융의 종식을 이끌어가기 위해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충청남도 양승조 도지사는 영상으로 탈석탄과 관련한 의지를 표명했다. <사진=김봉운 기자>

충남도지사는 지난 5월 그린피스 국제사무총장 제니퍼 리 모건과 김정욱 녹색성장위원장과의
만남 자리에서 모건 사무총장으로부터 탈석탄 도금고 선정에 대해 제안받고 적극적인 도입과 실천을 약속한 바 있다. 충청남도는 현재 금고 지정 및 운영 규칙을 개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이다.

끝으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는 "평균적으로 사람이 하루에 마시는 물이 2리터이며, 공기는 1만1000리터"라며, "이제는 어떤 공기를 마시느냐가 무엇보다도 중요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세먼지로 한해 목숨을 잃는 사람이 담배보다 높은 수치로 심각한 상황"이라며, "미세먼지는 국민생명과 직결된 사안으로 대기오염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이 필요한데,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이 석탄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라며, "석탄발전과 관련해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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