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 교수
곡물 수입 대부분이 사료용

과감한 GMO 도입 고려해야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26.9%이며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에 불과하다. 보리가 53%, 콩 11.3%, 옥수수 0.8%, 밀 0.2%이다(2006년 말 기준). 프랑스가 222%, 영국 125%, 스웨덴 104%, 이탈리아 80%, 스위스 53%, 일본 40%에 비하면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OECD 국가 가운데 꼴찌 수준이다. <편집자 주>

 

Q. 한국의 식량자급률이 27%에 머무르고 있는데?

 

A. 식량자급률과 관련해 오해가 있는 것이, 전체 소비 2000만톤 가운데 600만톤을 자체 생산하고 나머지 1400만톤을 수입하는데, 수입량 전체를 사람이 먹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가축 사료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외국의 경우 곡물자급률이 높은 나라는 육류수입도 많다. 좁은 국토를 감안하면 식량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육류소비를 줄이던지, 아니면 육류의 수입을 늘려야 한다. 식량자급률이 낮다고 지나치게 강조하는 면이 있는데, 식량자급률이라는 것은 잘 계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칼로리 자급률은 50%에 달하고 있으며, 금액으로 환산하면 이보다 더 높다.

 

다른 한편으로 1400만톤을 수입해서 가축에게 먹이면 그만큼의 축산폐수가 발생한다. 어떤 이는 ‘우리는 외국에서 축산폐수를 수입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토마토 1kg을 생산하는 데는 110리터의 물이면 충분하지만 소고기 450g 생산에는 곡물 7kg과 물 1만ℓ가 필요하다. 또한 축산폐수를 정화하기 위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국내에서 식량을 자급하고 국산 소고기, 닭고기를 먹어야 하지만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외국산 곡물을 수입해서 가공생산한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차라리 축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라는 의견도 있지만 축산농가의 이익과 상충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어려운 문제다.

 

Q. 최근 몇 년 새 유기농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A. 비료나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유기농산물은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가령 우리나라의 농민 모두가 유기농을 한다고 하면 5000만에 달하는 인구가 굶어 죽기 딱 알맞다. 식량의 대량 생산을 위해서 비료와 농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또한 농약을 규정에 맞도록 생산ㆍ유통시킨다면 인체에 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독일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유기농은 전체 농산물의 10~20%에 불과하다. 농가수입 보존을 위해서는 유기농과 함께 농촌관광과 같은 또 다른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또한 유기농이라고 해서 모두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서 품질 보증과 함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곡물.
▲GMO를 연구하는 유전공학자들은 오히려 GMO가 더욱 안전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Q. GMO(유전자조작식물)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A.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명공학을 연구하는 분들은 대부분 GMO를 연구하고 있다. 극단적인 환경주의자들은 이에 대해 반대하고 있지만 연구자들은 식물의 모든 유전자를 연구해서 해가 되는 요소를 모두 제거했기 때문에 오히려 GMO가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농가소득 보존이나 식량자급 등을 생각한다면 GMO도 과감하게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Q. ‘식량안보론’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

 

A. ‘식량자급’과 ‘식량안보’는 엄연히 다르다. 생산을 하지 않아도 세계 식량 유통망을 장악한다면 식량자급은 못해도 식량안보는 가능한 것이다. 적절한 식량안보를 위해서는 생산ㆍ비축ㆍ수입이 적절한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쌀 자급률을 100%보다 70~80% 정도로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보는데, 만일 태풍 등으로 인해 한해 농사를 망쳤을 때 비축해 놓은 쌀과 함께 수입할 수 있는 기존의 루트가 있느냐 없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어느 정도의 식량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어야 곡물수출국이나 기업에게 휘둘리지 않고 적절하게 협상할 수 있기 때문에 3가지가 모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곡물 창고.
▲이태호 교수는 우리가 대규모 식량수입국인 만큼 당당하게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Q. 우리나라의 곡물수입 60%가 ‘카길’이라는 회사다.

 

A.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곡물 수입을 위한 회사를 세워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직접 구매하고 브라질과 같은 해외 여러 지역에 진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런 시도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곡물시장에 진출한다면 외국 곡물메이저보다는 낫지 않을까? 사료 수입하는 사람들이 너무 편하게 장사를 하고 있다. 수입에 있어서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

 

우리가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은 뒤집어 말해 그만큼 곡물시장에서 대규모 수요국이라는 것이며, 큰 손님인 만큼 주도권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방어적으로 수입을 안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하고 유사시 곡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내 수입업체들을 격려하고 낮은 가격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경쟁시켜야 한다. 좁은 국토에서 5000만이 사는 이상 수입은 불가피하다. 전 인구가 모두 농사를 지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개인소득 2만 달러 수준의 한국이 농업에만 매달려서는 국가 발전이 불가능하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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