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국제기후금융·산업컨퍼런스 개최···‘탄소중립’ 뛰어든 대한민국, 무엇이 남아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050 탄소중립을 공식화했다. <사진출처=청와대>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대한민국도 결국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를 선언했다. 수송 뿐만 아니라 건물, 산업 등 각 분야 전반의 ‘대전환’이라는 수술이 필요한 이 과정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중국은 물론 일본의 앞선 선언도 적잖은 압력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지난 2018년 7억270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환산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공식적인 가장 최근 집계치로 전년도 대비 2.5% 또 늘었다. 과거 세워둔 2020년의 배출량 목표는 이미 초과한지 오래다. 게다가 10년 뒤인 2030년 목표치(5억3600만톤)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2억톤 가까이를 줄여야 한다.

“지나치게 목표 설정에만 치우치고 있다. 실질적으로 봐야 하는 건 대전환이다”. 탄소중립 선언 전까지 대한민국이 받아든 성적표다.

어쨌거나 지금대로 라면 ‘선언’과도 같은 목표를 국제사회에 약속한 셈이다. 문제는 어떻게 실현할 수 있느냐다.  

“탄소중립 목표로 나아가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제사회와 함께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의 탄소중립 선언이다. 

이 결정으로 방향은 ‘그린’으로 명확해졌다. 한국판 그린뉴딜도 당장 2025년까지의 역량 집중을 넘어 앞으로는 2050년까지로 시계추를 맞춰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변화의 트렌드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한 이상, 이를 주도하고 있는 국제적 흐름에도 더욱 귀 기울여야 한다.

코로나로 연기된 제26차 당사국 총회(COP26)가 내년 12월 영국 글라스코에서 개최된다. ‘친환경 청정 성장’을 핵심으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플랫폼이 제시될 거라는 전망이다. 

한국의 선언 다음날인 29일 열린 ‘2020 국제기후금융 산업컨퍼런스’에서 Nikesh Mehta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는 “탄소중립으로의 이동이 최우선”이라면서 “이러한 친환경 청정 성장으로의 변화를 더욱 촉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0 국제기후금융 산업컨퍼런스에 참석한 주요 연사들. (Nikesh Mehta 주한영국대사관 부대사, Ania Grobicki GCF 부국장, 박소현 Big Wave 회원,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사진출처=인천광역시>

그러면서 “자연을 기반한 솔루션으로의 국제사회 적응과 복원력도 회의에서 강조될 요소”라고 예고했다. 금융에서는 기후금융을 중심으로 한 ‘저탄소 투자’로의 자금조달 채널 이동도 더욱 공고히 할 뜻을 내비쳤다. 

국제사회 칭찬은 받았지만···

국제사회는 이번 한국의 탄소중립 결정에 관해 보다 야심찬 계획을 천명했다는 평가다. 특히나 금융권의 반응이 두드러진다. 

엄우종 ADB(아시아개발은행) 기후변화·지속가능발전 국장은 “문 대통령의 리더쉽에 감사한다”라며 “기후변화와 코로나라는 두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더욱 통합적인 접근으로 한국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Ania Grobicki GCF(녹색기후기금) 부국장도 비슷한 입장을 표했다. 

국제금융에서 기후변화는 이미 성장을 위한 ‘중심 잣대’로 자리 잡혔다. 단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차원을 넘어, 코로나 팬데믹인 현재는 향후 회복력 있는 경제 모델로 활용될 단계에 와있다. 

ADB가 일자리 창출과 경제안보의 확대 등 ‘지속가능 발전’의 계획 상에 기후변화를 중심에 올려놓고 있는 것은 단적인 예다. 

GCF는 국가기후정보종합시스템 환경이 열악한 최빈국을 위해 기술분석과 설계 지원에 투자하고 있다. 팬데믹을 겪으며 데이타 취합이 더욱 어려워졌기에, 프로젝트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간 투자까지 더해진 혼합금융 조성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모두가 ‘녹색회복’을 위해서다. 

최근까지도 지적받은 석탄투자  

이에 비하면 한국은 정부의 탄소중립 선언이 무색한 길을 걸어왔다. 국책금융부터가 석탄투자에서 여전히 못 빠져나왔다는 점이다. 국정감사에서도 지탄의 대상이 됐으나 투자를 바라보는 시각차는 여전했다. 

국민연금은 “책임투자원칙을 손 보겠다”라면서도 “주식과 채권의 투자와 대체투자 방향에는 차이가 있다”는 기존의 투자방향을 달았고, 한국수출입은행은 “개도국에서는 중요한 인프라 사업이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탄소중립 선언에 따라 앞으로는 이 같은 표현에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됐다. 

‘미래세대에 대한 존중’도 과제로 남았다. 특히나 청년들의 목소리가 이제는 정치적 모멘텀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반응이다. 

탄소중립을 위해선 천문학적 비용을 감수할 대전환이 필요하다. <사진출처=경기도>

박소현 청년환경단체 Big Wave 회원은 청년 활동가들이 재생에너지 개발과 기후목표의 상향 조정을 지속 요구해오면서 느꼈던 소회를 밝히며 “한국에서 청년환경단체는 실질적인 정치 입안 단계에서는 철저히 배제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사회적 존중을 받고 있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행사에는 초대되고 있으나, 단지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것에 그친다”라며 “우리의 목소리는 상업적인 소비 차원에 머물러 있다”고 토로했다.

청년들의 바람

국제사회는 이에 유감을 표하고 있다. 엄우종 ADB 국장은 “결국 미래세대의 니즈를 훼손치 않으면서 오늘날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방향이 우리가 원하는 발전 방향”이라면서 “이러한 등식을 간과하면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청년들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돼야 한다. 그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ikesh Mehta 부대사도 “청년들의 활동이 사회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는 곧 국가의 NDC(국가감축기여)와도 연결된다”고 한국의 상황을 우려했다.

현 한국판 그린뉴딜의 방점을 ‘그린’으로 지속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코로나라는 변수로 경제와 발전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근간이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느냐다.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액션이 중앙정부 차원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 무엇보다 지방정부에서 우려하는 상황이다. 중앙의 ‘변심’이 각 지방에는 세웠던 전략들을 흐트러뜨리는 요소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선언으로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은 좀 더 그린이라는 목표에 정확히 부합해야 한다. 경제 전반에 변수가 따른 현재, 뉴딜이라는 측면에만 중점을 두면 그린뉴딜의 목표 달성은 힘들어지고 지방정부의 전략도 취하기 어렵다.” 이용식 인천연구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대전환에서 수반될 천문학적 비용 소모도 불가피하다.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철강부터 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상당 부분의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고서 탄소중립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갈 길 먼 대한민국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현재의 제철방식을 ‘수소환원제철’로 바꾸는 데는 무려 434만톤의 그린수소가 필요하고, 경제성을 고려하면 가격은 0.68불/㎏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는 정부가 오는 2040년까지 제시한 공급가 3000원/㎏으로는 터무니 없으며, 새로운 설비를 갖추는 데 필요한 액수만 해도 110조 규모다.

‘우리도 탄소중립하겠다’고 분명히 한 대한민국의 앞날에 마냥 낙관론만 펼 수 없는 배경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안병옥 국가기후환경회의 운영위원장은 “코로나19와 기후위기는 동일한 맥락이다. 행동을 지연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질 것이라는 거다. 따라서 명확하게 자명한 원칙을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조언했다.

“우리는 기후변화 현실과 목표의 간극을 좁혀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해서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재생에너지를 다각화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 재생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해선 가장 저렴하고 청정한 그리고 안전한 에너지원이 돼야만 한다. 탄소중립에 뛰어든 현재 다른 대안은 없다.”

아울러 “자연 그 자체가 기후위기의 대응의 한 옵션이다. 정책 우선순위를 정할 때 자연기반의 솔루션을 우선시 해야 한다”라면서 “기술의 발전과 사회경제적 혁신까지 함께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까지 해외 석탄관련 사업에서 손을 못 놓고 있는 국내 현실은 탄소중립을 위한 큰 걸림돌 가운데 하나다. <사진출처=기후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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