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200억 들여 정화··· 정부 무능만 보여준 부실정화

[환경일보] 우려가 현실이 됐다. 10월27일 춘천 캠프 페이지 재조사 현장에서 땅 속에 파묻힌 기름통이 발견됐다. 발견된 기름통 대부분에는 기름이 채워져 있었다.

중장비를 사용해 넓이 10×10의 표토층을 걷어내던 중 깊이 약 1~1.4m 부근에서 약 35개의 기름통이 나와 충격을 주었다.

캠프 페이지는 이미 국방부가 200억에 가까운 비용으로 정화를 완료한 곳이다. 정부의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정화가 얼마나 부실했는지 만천하에 드러났다.

미군은 기지를 반환하기 전에 기지를 사용하면서 발생시킨 오염에 대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에 제대로 넘겨주지 않는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반환협상 때 이런 자료를 제대로 요구하지도 않는다. 협상 능력이 없어 제대로 된 정보조차 얻지 못하고 미군이 쓰다 버린 땅을 고스란히 돌려받았으면 오염정화 과정에서 충분한 조사를 기반으로 정화사업을 해야 한다.

조사는 오염에 대한 심층적인 정량조사(물리적, 기술적)와 정성조사(기지 근무 한국인 및 과거 기지 이력) 등 가용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대부분의 반환기지 정화 사업에서 전수조사 대신 오염이 추정되는 일부만을 조사하고 정화했다.

춘천 캠프 페이지에서 기름통이 무더기로 발견된 곳도 당초 토양오염정화작업에서 제외됐던 곳이다.

10월27일 캠프페이지에서 발견된 기름통 <사진출처=캠프페이지 토양오염 배상요구 범시민대책위>원회)

정화가 완료된 반환 미군기지에서 오염이 다시 확인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0월15일 의정부시 금오동에 위치한 반환 미군기지(캠프 시어즈)에서도 오염된 토양이 발견됐다. 이곳 역시 2014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국방부가 정화를 완료한 곳이다.

동양대학교가 들어선 동두천시 캠프 캐슬은 2015년 정화했으나 고작 몇 개월 후인 2016년에 오염이 발견됐다.

전 유엔사 부지도 개발 도중 토양오염이 발견됐다. 유엔사 부지는 2011년 국방부가 정화작업을 완료해 매각했으나 2018년 조사에서 오염이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2000년 이후 오염정화를 추진한 모든 반환 미군기지에 대한 정화와 복원에 대한 재검증을 요구했다.

성명을 통해 녹색연합은 “반환미군기지에 대한 전수조사 방법과 정화방법을 재정립해야 한다”며 “환경부를 중심으로 지자체, 지역주민, 전문가 시민사회 등이 참여하는 검증단을 꾸려 강도 높은 전면 재조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가 불거지면 빠지지 않는 것이 소파 개정이다.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문제와 정화 논란의 뿌리에는 소파협정이 있지만 미국의 양보가 필요한 문제여서 수십년간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