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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저탄소 사회에는 없는 ‘대전환’

기사승인 2020.09.22  12:3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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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BAU 대비 온실가스 30% 감축 목표 달성 어림 없어
산업 구조의 대전환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 불가능

지난 23차 전력포럼에서 전문가들은 "지나친 배출목표 설정에서 벗어나, 실질적 감축을 위한 대전환을 수행할 때"라고 우려했다. <사진출처=기후변화센터>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7억900만톤CO₂eq(이산화탄소 산출량). 공식적으로 가장 최근 자료인 지난 2017년의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직전해인 2016년(6억9400만톤CO₂eq) 대비 2.2% 가량 증가한 수치다.

올해 실제 양은 아직 모르나 과거 세워둔 2020년 배출 목표는 있다. BAU(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인위적 조치가 없을 경우 예상배출량) 대비 30% 감축이다. BAU가 7억8250만톤CO₂eq 이라는 걸 감안하면, 종전에 이미 목표치보다 배출량은 초과했다.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6억2600만톤을 배출해야 하는데, 지난해 배출량을 감안하면 어림 없는 수치다. 절대량도 아니고 BAU 대비 목표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말로만 기후변화에 대비했을 뿐,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정한 오는 2030년의 배출량 목표는 BAU(8억5060만톤CO₂eq)대비 37% 감축된 5억3600만톤CO₂eq이다. 코로나19 변수도 있겠으나, 이대로라면 남은 10년 동안 약 2억톤 가까이를 줄여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올해 안에는 또 2050년까지의 배출 계획에 대한 INDC(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량)를 UNFCC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의 목표치는 이번엔 얼마일까.

“지나치게 배출목표 설정에만 치우치고 있다. 실질적으로 봐야 하는 건 대전환이다”. 지난 23차 전력포럼에서 나온 각계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지적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대전환’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으로 익히 알려진 철강부터 화학, 시멘트,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대전환은 불가능하다.

대전환, 온실가스 감축 위한 대가 

‘환경적인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구호로 규제하기보다는, 산업계의 자발적 참여를 불러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바꿔 말해, 환경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이 공생하는 구조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저감 목표 설정에서 산업계는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돼야 한다”라면서 “저탄소 성장을 해도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고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수용성 없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예고된 여파는 크다. 철강 업종이 대표적인 예다.

그린경쟁력을 내세운 ‘수소환원 제철’ 체계 도입은 당장의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이는 곧 지금의 설비를 모두 폐기처분해야 한다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수소를 사용해 철광석의 산소를 떼내는 ‘환원’을 통해 제련하는 방식으로, 기존 체계를 전면적으로 바꾼다.

방법은 있다. 시장경쟁력이 있는 ‘그린수소’와 ‘탄소중립 전력’이 공급된다는 가정에서다. 물론 새로운 설비 체계가 갖춰졌다는 것은 필수 전제다. 다만 문제는 현실성이다.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실장은 “해외문헌을 참고해 산출한 바 수소환원 제철 방식으로 현재의 생산량을 감당한다고 했을 때, 그린수소는 무려 434만톤이 필요하고, 가격은 0.68불/㎏ 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오는 2040년 제시한 공급가격 3000원/㎏으로는 터무니 없으며, 새로운 설비를 갖추는 데 추산되는 110조 규모의 예산도 감당이 힘든 일”이라고 밝혔다. 결국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가 사전에 갖춰져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산업인 제조업의 저탄소화를 위해서는 사회 수용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사진출처=그린피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제철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생가스를 고로에 다시 투입, 소요되는 석탄과 전력 등을 10% 줄이는 국책과제가 수행 중이다. 

단계적 개발을 거쳐 본격 적용되는 시점은 2030년 이후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아직은 10년여가 남아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는 패러다임을 바꿔 수소환원 제철을 도입하는 내용이 아니다. 기존에서 최대한 효율을 높이는 시도에 불과하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 ‘비용편익분석’ 역시 전제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위해 자체 부담과 투자가 필요한 부분을 나눠서 비교 분석할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구민회 법무법인 이이 변호사는 이에 대해 “건설적이고 합리적인 논의를 위해 국내·외를 비교할 수 있는 분석경로가 만들어지는 셈”이라면서 “추후 배출량 계획을 정하는 데 있어서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수용성 차원에서 생각해 볼 문제는 또 있다. 인식의 변화다.

조성경 명지대학교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팀이 지난 6월 수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국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현재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7가지 위험’에 대한 질문에서 가장 적은 선택을 받은 것은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였다.

‘해야 한다는 것’과 ‘실천’의 온도차 

아울러 ‘예산과 역량의 투입이 필요하다고 보는 정도’에 있어서도 최하위로 나타났다. 이 결과만 놓고 보면, 다른 위기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경각심은 상대적으로 덜 하다.

조 교수는 이에 관해 “온실가스 감축의 과정은 산업이나 에너지를 통해 국민에게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 비용이 추가되거나, 다른 불편이 감수되는 상황을 필히 맞이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반기지는 않을 것이란 방증”이라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 하는 걸 아는 것과 실천은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더욱 강조되는 건 다름 아닌 ‘정부의 역할’이다. 

조 교수는 이렇게 말을 이었다. “국민들 입장에선 무언가 거창한 정책이 발표됐다고 변화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게 아니다. 이걸 정부가 이제는 알아야 한다. 국민에게 직접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설명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 설득해야 한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실현에 다가가는 데 절대적인 '대국민 공감'을 위한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다. <사진=최용구 기자>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관건

이종수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도 “시민들의 인식 변화가 특히 중요하다. 가령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 차원에서 소득 보전, 세금 혜택, 특화된 교육에 대한 사회공감대가 형성돼 있듯 이 문제에 대한 자연스런 희생의 체득이 중요하다”고 주장에 힘을 실었다.    

종합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조금이나마 높일 수 있는 건 ‘대국민 공감’이며, 이는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귀결된다.

지난 2월 오는 2050년까지의 배출 계획에 대한 전문가 검토안이 환경부에 건의됐다. 학계를 포함 산업, 시민사회, 청년 등 각계가 머리를 맞댄 결과로 총 5개 안이다. ‘순배출 제로’는 포함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1안으로 제시된 ‘2017년 대비 75% 감축’이 가장 도전적 목표라는 설명이다. 배출량으로는 1억7890만톤CO₂eq 수준이다.

이상엽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1안도 상당히 도전적인 수치”라며 “도전적인 안으로 갈수록 산업과 인식에 있어 획기적 전환은 불가피 하다는 걸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박사는 “순배출 제로냐 아니냐 등 배출목표의 설정보다 중요한 건 대전환에 맞게 꾸준히 현안을 논의하고 준비해 실제 줄여가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즉,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거다. 

KEI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으로 전세계 총 17개국이 2050년 목표치를 제출했으며 순배출 제로를 약속한 국가는 4곳(EU, 코스타리카, 피지, 마샬제도)이다. 우리 정부도 올해 안에 제출해야 한다.

당장 2030년까지의 목표치 달성을 위해 10년간 2억톤 가량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하는 대한민국. 과연 대전환으로의 변곡점을 그려갈 수 있을까. 아니면 그럴듯한 선언에 그칠까.

조용성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은 “온실가스 감축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우리의 의지 문제이고, 동시에 미래세대에 대한 배려”라면서 “무엇보다 일관성 있는 국가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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