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묻힌 ‘MB’ 사용대체 시급, 관련부처 힘 모아야

성층권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오존은 태양으로 부터 오는 자외선을 차단한다. 오존층이 이 역할을 하지 못하면 자외선이 지표까지 도달해 피부암, 백내장, 면역 결핍증 등을 유발한다. 더 이상 지상에서 생물이 살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오존층파괴의 원인은 특이한 기상조건도 있지만, 인위적으로 너무 많은 프레온가스를 방출했기 때문이다. 냉방기나 냉장고의 냉매와 발포성 단열제의 충전제로 이용돼 왔다.

프레온 가스는 성층권까지 올라가 강한 자외선에 의해 염소를 방출하고, 화학 반응 후 수만 개의 오존 원자를 파괴해 구멍을 낸다.

1994년 제49차 유엔 총회에서는 몬트리올의정서 채택일인 1987년 9월 16일을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로 지정해 실질적 노력을 촉구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오존층파괴를 막기 위한 활동들을 벌여왔지만, 최근 들어 미세먼지나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오존층에 대한 관심도가 많이 희석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수출입 품목 검역 과정에서 소독 훈증제로서 메틸브로마이드(Methyl Bromide, MB)는 강력한 오존층파괴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0년부터 노력해 대체 소독기법을 찾아냈지만, 목재류의 검역에는 여전히 MB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MB는 무색무취한 강력 신경독성물질로 작업환경에서 완전 차단이 불가능해 인체에 노출되면 독성뇌병증 등 치명적인 사고가 이어질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10년부터 검역과정에서도 MB 사용을 하지 않고 있고, 일본은 사용량을 대폭 줄였으며, 미국도 올해 안에 퇴출을 검토 중이다.

오존층을 파괴하고, 인체에 매우 위험한 MB를 왜 그냥 두고 봐야 할까.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의 문제인식 미흡, 부처 간 동상이몽이라고 할 수 있다. 현행 규정 운운하고, 시장에 맡겨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란 사실을 외면하고 있다.

20여년 전 당시 국내에서는 관습적으로 콜타르에나멜코팅관을 상수도용관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관은 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제작과정에서 인체에 매우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한 오염과 악취로 인해 고액의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 일을 담당했지만, 결국엔 질병과 암으로 시달려야 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이미 그 시절에도 품질이 우수하고, 안전하며, 가격도 유사한 대체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었다는 사실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가 알아서 구매를 바꾸면 될 일이라고 떠 넘겼고, 지자체 공무원들은 ‘왜 내가 나서야 하느냐’며 되물었다.

결국 이런 상황을 파헤친 보도를 보다 못한 경기도 모 시의 한 공무원이 ‘내가 책임진다’며 손을 들었고, 이 때 부터 우수한 품질의 새 상수도관 교체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지금 오존층파괴 대체물질을 개발하고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도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관련 부처들, 기관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기존에 만들어 놓은 기술이 사용될 수 있도록 몇 가지 막힌 것만 풀어주고, 끊어진 것을 이어주면 될 일이다.

오존층파괴를 막는 일은 결코 코로나사태 대응에 못하지 않다. 지구환경을 보존해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이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