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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틸브로마이드(MB) 왜 대체 못하나

기사승인 2020.08.11  1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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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존층 파괴로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금지물질로 규정 , 인체에도 치명적
대체품 개발 성공에도 불구 매년 400톤 이상 사용, 그린뉴딜의 역설

대표적 오존층 파괴물질인 메틸브로마이드(MB)를 한국은 매년 400톤 이상 사용 중이다.(2020년 8월의 지구 오존층 분포) <자료제공=NASA>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오존층은 자외선을 흡수하는 기능만으로도 인류 생존에 절대적이다. 과한 자외선 노출로 유발될 피부암과 백내장 및 면역 체계 이상 등 오존층 파괴에 따른 심각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지난 1989년 발효된 몬트리올 의정서는 강력한 오존층 파괴 물질인 메틸브로마이드(Methyl Bromide, MB)를 규제하고 점진적 퇴출을 결정했다. 선진국들은 2005년부터, 개발도상국의 경우 2015년부터 사용을 금지시켰다. 

다만, 사용량 감축을 전제로 수출입 품목(농산물·목재·공산품 등) 검역 과정에서의 소독 훈증제로서 사용은 금지를 유예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2010년부터 식물검역기술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해 MB를 대체할 소독기법을 찾고 있다. 

긍정적 성과도 있었다. ‘에틸포메이트(Ethyl Formate, EF)’와 ‘포스핀(Phosphine, PH₃)’이라는 두가지 MB 대체 소독기법을 실용화 한 것이다. 

EF는 ▷바나나 ▷오렌지 ▷레몬 ▷자몽 등 주로 과실류의 수입 검역에, PH₃는 ▷우드펠렛 ▷버섯류 ▷양상추 ▷파인애플 등에 사용된다.      

그렇다면, 국내 수출입 품목 검역에서 MB의 사용은 전보다 확연히 줄었을까.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MB 사용량은 440톤에 달한다. 전체 소독 훈증제 가운데 가장 많은 양이며 절반이 넘는 56.4%에 사용됐다. 

최근 3년간(2017~2019)으로 봐도 각각 444톤, 423톤, 440톤으로 연평균 400톤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수출입 검역에 연간 400톤 이상 사용

그런데 정부 주도 개발을 통해 두 가지 대체품을 실용화 하고도, 아직까지 MB를 가장 많이 쓰는 이유는 뭘까. 답은 ‘목재류’에서의 사용 비중이 절대적인 데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 2017년 국내 MB 전체 사용량의 74%가 수목류에 쏠려 있다. 마찬가지로 2018년에는 71%, 2019년은 66%다. 실용화 된 두 물질이 목재 검역에는 MB의 대체 수단이 되지 않은 것이다.

과거 MB는 가스의 확산과 침투가 빠른 특징으로, 해충구제를 위한 검역에 가장 많이 쓰였던 물질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성도 상당하다. 인체 노출되면 눈과 피부, 호흡기 자극으로 인해 시력장애와 어지럼증, 구토, 근력 및 호흡장애 등 유해한 독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5년 2월, 국내 방제업체 근로자 1명이 MB를 사용해 수입 과일을 방역하던 중 ‘독성뇌병증’ 판정을 받은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동료 근로자 2명 역시 중독된 바 있다. 

홍영습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MB는 강력한 신경독성물질로, 무색무취한 특징으로 인해 본인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위험에 노출된다”며 “작업환경에서 완전한 차단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고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방제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물질의 체내 누적량 등 위험성 평가까지 고려한 생물학적 모니터링이 필수적이지만, 설문형태의 형식적 관리에 그치고 있다”며 “이 문제 해결에는 부처 간 거리를 두지 말고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MB 사용을 금지한 것은 오존층 파괴 뿐만 아니라 인체에도 매우 유해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이미 지난 2010년부터 검역과정에서도 MB를 쓰지 않는다. 사실상 퇴출한 셈이다. EU의 검역용 MB사용량은 과거 2000년 2855톤에서 2008년에는 195톤으로 줄었고, 2010년부터는 사용하지 않는다. 

검역훈증작업 실증 모습 <사진제공=농림축산검역본부>

EU는 10년 전 이미 퇴출

일본도 우리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새로운 약제와 소독기법의 개발로 지난 2003년에 1991년 사용량 대비 75%를 줄였다. 

전세계 사용량이 가장 많은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농무부(USDA)는 ‘연방 살충제, 살균제 및 살서제법 Federal Insecticide·Fugicide and Rodenticide Act, (FIFRA, 2019)’에 따라 올해 안에 검역용 MB의 퇴출을 검토 중이다.

그러면 국내엔 아직 목재류 검역에서 MB를 대체할 방법은 없는 걸까. 뜻밖에도 목재류 소독처리가 가능한 ‘EDN(Ethaneditrile)’이라는 물질이 농촌진흥청으로부터 허가받은 농약으로 등록된 사실이 있다. 

정부의 식물검역기술개발 과정에서 MB 대체제로 확인된 품목으로, 지난해 4월 이미 등록까지 마쳤다. 소독처리기준도 같은 해 연말에 마련됐다. 

그러나 EDN은 아직 시장에 나올 수 없다. 농약 하나가 새로 등록되면, 그에 따라 수출입방제업의 신고 등 부가 기준도 바뀌어야 하는 데 그 절차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현행 농약관리법 시행규칙 제5조 ‘수출입방제업의 신고’에는 업체에서 취급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이 담겨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시행규칙 수정에 대한 의견을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받아, 검토후 지난 5월4일 법제처에 올라간 상태”라고 해명했다.  

법이 통과되면 시장으로 나올 순 있지만 문제는 당장 목재류에 쓰던 MB가 전량 EDN으로 대체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이다. MB가 계속 농약으로 등록된 상태에서 EDN 사용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체품 만들고도 사용 여부 미지수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내년 12월6일까지 MB는 농약으로 사용 가능하다. 현행 농약관리법 제11조 ‘품목등록의 유효기간 및 재등록’ 상에 매 10년마다 재등록 하도록 하고 있다는 걸 고려한 기간이다. 내년 만료 전에 재등록이 허가되면, 추후 10년 동안 계속 사용이 가능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MB 사용을 억제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아직 농약으로 등록이 돼있을 뿐더러, ‘오존층보호법’ 시행령에 수출입 농산물 검역용 MB는 특정물질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약 등록 지속 여부에 대해서는 “농촌진흥청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농촌진흥청은 반대로 “MB 사용에 대해서는 검역본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문제”라고 책임을 돌렸다. 

실제 오존층보호법 시행령 제2조 ‘특정물질의 종류와 오존 파괴지수’의 별표1에서는 수출입 농산물 검역용 MB는 특정물질로 보고 있지 않는다. 오존층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수출입 검역시장의 구조 또한 짚어볼 문제다. 일반적으로 제품 소독이 필요한 수출입업자가 방제업체를 ‘직접 선택’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출입업자가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방제업체는 수출입업체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거나 수입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가격이다. 단가를 줄여야 이윤이 더 많이 남기 때문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수출입업자들이 소독처리기준을 참고해 원하는 약품을 선택하고, 업체를 통해 소독처리를 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구조가 이렇다보니 방제업체는 수출입업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고, 출혈경쟁이 심해지면서 수출입업체에 제시되는 가격(용역비+소독약제비)은 천차만별이 된다. 결국 싼 값을 제시한 방제업체를 수출입업자가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MB의 지속적인 사용 이유로 "농약으로 등록돼 있는 제품이고, 오존층보호법 상에 검역용으로는 특정물질에서 빠져있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들었다. <사진제공=농림축산검역본부>

업계 관계자는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소독약제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며 “EDN의 경우 이전의 실용화 된 EF나 PH₃처럼, 개발과정을 고려하면 MB보다 가격이 높을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MB의 목재류 검역을 대체할 수단으로 나온 ‘오촌층 파괴 우려가 없는’ EDN이 자칫 가격 경쟁에 밀려 시장의 선택을 받지 못할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또한 연간 400톤 이상의 국내 MB 수요가 대부분 목재류 검역에 있다는 실정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MB 사용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없다는 맥락과도 연결된다.

‘그린뉴딜’을 강조하는 환경부는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환경부 관계자는 “MB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상에 온실가스로 지정된 6개 물질에 해당하지 않아, 구체적 답변을 할 수 없다”라며 “오존층보호법과 관련된 사항은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소관”이라고 답했다.   

현행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녹색성장법) 제2조 9항은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₄), 아산화질소(N₂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재방출해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대기 중의 가스 상태의 물질’로 정의하고 있다. 

아울러 산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간 MB의 사용 방향에 관한 의견 교환은 아직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MB의 사용량을 뚜렷히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현재로서는 요원하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부처 간 소통 부재 

지난해 11월26일에 우리 정부가 UN에 제안한 ‘세계 푸른 하늘의 날’이 최종 채택돼, 올해부터 매년 9월7일은 ‘푸른 하늘을 위한 세계 청정 대기의 날'로 지정됐다.

오존층 파괴 물질인 MB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환경친화적 소독기법 실용화’를 위해, 정부가 진행 중인 식물검역기술개발종합계획에 투입한 예산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약 214억원이다. 2016~2020년에는 총 86억원 가량을 편성했다.   

막대한 돈을 들여 대체품을 개발했지만 매년 400톤 이상의 오존층 파괴물질을 쓰고 있는 한국. 그린뉴딜이라는 정책 기조에 앞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국제협력’을 먼저 UN에 강조한 공로를 무색하게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참고로 오는 9월16일은 같은 UN 기념일인 ‘세계 오존층 보호의 날’이다.

최용구 기자 cyg34@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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