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로 자란 새끼 60여 마리 떠나···모래섬 서식지 확장, 생태관광 자원화 추진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어미와 새끼 <사진제공=안동시>

[안동=환경일보] 김희연 기자 = 안동시가 조성한 안동호 인공 모래섬에서 태어난 쇠제비갈매기 새끼들이 대부분 성체(成體)로 성장해 호주 등으로 떠났다.

안동시가 태양광 발전으로 작동하는 CCTV로 확인한 결과 지난 5월 22일 처음으로 쇠제비갈매기 새끼가 탄생한 데 이어 총 26개 둥지에서 새끼 71마리가 태어났다.

안동시는 당시 일부 둥지에서 2~3마리의 새끼가 어미 품속에 안긴 장면과 둥지 주위에서 벗어난 새끼가 어미에게 재롱을 떠는 장면 빙어를 통째 삼키는 장면, 어미가 물에 적신 몸으로 새끼를 더위로부터 식혀주는 장면 등을 확인했다.

산란 이후 새끼가 성장하기까지 순조롭지는 않았다. 대낮일 경우 쇠제비갈매기 부모 새들은 매, 왜가리, 까마귀 등 새끼 보호를 위해 수십 마리씩 집단으로 날아올라 천적을 퇴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새끼들의 안정적인 서식 환경에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천적의 야간 침입이었다. 특히 바다가 아닌 내륙 특성상 밤의 제왕으로 알려진 수리부엉이(천연기념물 제324호·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의 출현은 새끼들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됐다.

대부분의 새끼가 태어난 지 2주쯤 되던 지난 6월 14일 밤 9시 30분, 안동호 쇠제비갈매기 인공섬에 올해 첫 수리부엉이의 침입이 있었다. 이후 5일 연속 수리부엉이의 집요한 공격은 계속됐다.

처음 인공섬 주위를 배회하던 수리부엉이는 미리 안동시가 설치한 은신처용 파이프(지름 12cm·가로 90cm) 속에 숨은 새끼를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은신처인 파이프에서 이탈한 일부 새끼는 결국 수리부엉이에게 잡아먹혔다. 뛰어난 청각능력을 지닌 수리부엉이는 은신처 속의 새끼도 발견했는데 허리를 낮춰 안을 살펴본 후 은신처 입구에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안동시가 은신처 인근에서 새끼의 깃이 뽑힌 흔적 등 피해 상황을 점검한 결과 새끼 4마리가 희생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행히 아직 날지 못하는 새끼들은 은신처 파이프 속에 꼭꼭 숨은 상태여서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안동시가 설치한 35개 파이프가 효과를 발휘한 덕분이다.

다행히 올해의 경우 1차 산란이 순조롭게 진행 된 데다 새끼의 성장 속도도 빨라져 날 수 있는 개체 수가 많아졌다.

태어난 새끼 71마리 중 5마리는 수리부엉이와 왜가리 등 천적에 의해 희생됐으며 4마리는 자연 폐사 1마리는 사람에 의해 밟혀 희생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61마리의 새끼는 무사히 성체로 자라 호주 등으로 떠났다.

앞서 지난 1월 안동시는 조류 전문가와 시의원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쇠제비갈매기 서식지 조성 추진 협의체를 통해 설치공법과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한 후 지난 3월 말 전국 최초로 1000㎡의 영구적인 인공 모래섬을 조성했다.

녹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아연강판을 사용했으며 섬 위에 160톤의 마사토를 깔았다. 인공섬 아래에는 물에 뜨는 드럼통 1800개와 홍수 방지를 위해 배수관 200개를 설치했다. 인공섬 고정을 위해 2톤 무게의 닻 4개도 설치했다.

호주에서 1만km를 날아와 4월에서 7월 사이 한국과 일본 동남아 등 바닷가 모래밭에서 서식하는 쇠제비갈매기는 2013년부터 내륙 민물호수인 안동호 작은 모래섬에서 알을 낳고 새끼를 길렀다.

그러나 작년부터 안동호의 수위상승으로 기존 서식지인 모래섬이 사라져 번식에 어려움이 발생했지만 올해는 영구적인 인공 모래섬으로 조성해 앞으로 안정적인 종(種) 보존이 가능하게 됐다.

안동시 관계자는 “태어난 곳에 다시 돌아오는 습성이 있는 쇠제비갈매기의 서식지 보호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기존 서식지를 더 확장하고 도산서원 등 안동호 상류와 연계한 생태관광 자원화도 추진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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