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수입‧거래 규제, 접촉형 동물체험시설 금지해야
야생생물 팬데믹은 10년 전부터 시작, 원인은 결국 ‘인간’

[환경일보]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논의도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가 발생한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적 처방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가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던 1월 말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이항 교수는 “신종질병 문제는 국가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은 국방 개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아울러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유사동물원, 동물체험시설로 인한 신종 감염질병 발병 우려가 높다는 지적도 있었다.

토론회 이후 6개월 가까이 지나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까지 확대됐지만 동물원 관리에 대한 규정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바꾸자는 동물원법 개정안은 20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한정애 의원과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동물복지국회포럼은 9일 동물원수족관법 및 야생생물법 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시대, 신종질병을 예방을 위한 야생동물 관리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항아리곰팡이병, 한반도에서 유래

9알 국회에서 열린 동물원수족관법 및 야생생물법 개정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항 교수는 “야생생물에서의 펜데믹은 10여년 전부터 크고 작은 규모로 시작됐으며 펜데믹의 원인은 결국 사람”이라며 “실험용, 애완용, 식용으로 거래하던 개구리와 양서류 때문에 항아리곰팡이병이 세계적으로 퍼졌다. 한반도에서 기원했다는 것이 상당히 근거가 있는 학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팬데믹은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태계 전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신종질병과 팬데믹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공장식 축산 ▷인가의 생태계침범과 교란 ▷야생동물과 사람 사이 접촉면 증가 ▷생물다양성 쇠퇴와 이에 따른 질병 희석 효과 ▷펜데믹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을 꼽았다. 결국 ‘인간’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접촉하는 경로는 ▷정규 동물원‧수족관 ▷유사동물원, 동물카페 ▷이색 애완동물 수입‧거래 ▷축산농장의 가축과 야생동물 접촉 ▷육견농장 ▷야생동물 농장 ▷유기견, 비둘기 등의 준야생동물 ▷수렵 ▷건강원을 통한 야생동물 식품 거래 ▷ 야생동물 서식지 내 인위적인 시설 ▷동굴탐사 등 매우 다양하다.

게다가 야생동물을 길들인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정화된다는 어떠한 과학적 근거도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박쥐에게 어떤 질병도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숙주에게 해를 주지 않고 상재하는 병원체는 사육 상태에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병원체의 종간 전파가 신종질병을 발생시킨다.

개농장에 대해 동물복지 측면은 제외하고 야생동물 관리 측면에서만 살펴보자. 식용 목적의 개 농장은 사양관리, 사료공급, 도축, 유통 등 모든 과정에서 위생관리가 전혀 없다. 개 식용이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기묘한 상태에 놓여 있어 관리체계가 마련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 개농장은 인적이 드문 곳, 이를테면 산속에 위치하기 때문에 야생동물과의 접점이 많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이고, 항생제 과다 사용으로 인한 내성균이 촉진됐다.

이항 교수는 “인류와 가장 밀접한 접촉을 하는 반려동물종인 ‘개’에서의 신종 인수공통전염병은 인류에게 심각한 위협을 줄 뿐 아니라 전 세계 인간동물 관계의 파국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리사각지대에 놓인 동물카페는 위생적인 측면에서 전혀 믿을 수 없는 곳이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이 동물을 만지고 껴안는다. <사진제공=어웨어>

관리 사각지대 놓인 동물원

체험형 동물시설이나 이동동물원, 동물카페 등은 야생동물과 사람이 직접 ‘접촉’한다. 코로나19 때문에 사람 간 악수조차 꺼리는 현실을 생각하면 야생동물을 만지고 껴안는다는 것은 질병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2019년 6월 기준 환경부 등록 110개소 중 61개소가 체험형 동물원, 실내동물원, 동물카페 등의 형태로 분류되며 실제로 약 80개소에서 직접 접촉 가능하다. 게다가 등록이 필요 없는 유사동물원의 경우 실태 파악조차 힘들다.

실제로 국내 실내동물원에서 인수공통감염병이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 4월 폐사한 코아티와 왈라비에서 결핵균 등이 검출된 것이다.

그렇다면 동물원법 대상인 시설들은 안전성은 믿을만한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청주동물원 김정호 진료사육팀장은 “동물원 입원 초기 동물검역이 중요한데, 포유류와 조류는 검역을 하지만 양서류와 파충류는 검역대상에서 제외됐다. 오히려 어류는 검역대상”이라며 “이런 차이는 소, 돼지, 닭, 어류는 산업과 연결돼 있고 양서파충류는 직접적인 산업과 연결되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야생성이 강한 야생동물의 검체를 채취하려면 마취가 필수다. 그러나 동물원의 야생동물을 마취할 수 있는 수의사는 우리나라에서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울러 폐사한 동물을 해부해서 원인을 분석해야 하는데, 맡길 곳이 없다. 감염병으로 폐사해도 알 길이 없는 것이다.

동물원 등록제→허가제 전환 필요

무분별한 야생동물 거래도 문제다. 2018년 유입된 야생동물 52만 마리 가운데 64%가 자유롭게 유입됐으며 통계에 잡히지 않는 동물도 매우 많다. 국제적 멸종위기종과 일부 보호종을 제외한 야생동물의 거래, 번식, 소유에 대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유입된 야생동물은 시장, 판매업소, 인터넷 등을 통해 무분별하게 거래되며, 이 과정에서 질병 감염 여부조차 알 수 없다.

이 같은 위험성 때문에 영국은 대부분의 야생동물에 대한 개인 사육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20개주가 대부분 종에 대한 개인소유를 포괄적으로 금지하고, 13개 주는 종에 따라 부분적 금지, 14개 주는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훼어 이형주 대표는 “동물원‧수족관에 대한 허가제 및 검사관제를 도입하고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해야 한다”며 “야생동물 거래에 있어서 백색목록(허가 받은 동물만 거래 가능)을 도입해 개인소유가 가능한 야생동물 종을 제한하고 판매 허가제 및 동물복지, 공중보건, 생물다양성 유지를 확보할 수 있는 준수 사항을 규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척추동물 감염 바이러스 100만개

바이러스 전파는 접촉면이 증가할수록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과 야생동물이 접하는 기회가 많을수록 바이러스 전파 확률도 높아지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팀 황주선 박사는 “바이러스는 기회가 주어지면 모든 미생물을 새로운 숙주 종으로 만들기 위해 침입하고 대부분 실패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새로운 형으로 진화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는 야생동물로 인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질병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한다. 인류는 지금까지 발달시킨 의학과 과학에 상당한 자신을 갖고 있지만 인간이 야생동물 질병에 관한 지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실제로 전 세계 바이러스 헌터들이 야생동물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 2010~2019년 사이 3000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연구한 결과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은 조류/포유류 바이러스는 약 160만개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70만개가 인수공통감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포유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만 약 32만개로 추정되며 척추동물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는 100만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까지 발견된 바이러스는 고작 2000여개에 불과하며 이는 인류가 99.8%의 바이러스를 규명하지 못했다는 의미이다.

선진국 가운데 야생동물 소유에 가장 너그러운 미국조차도 SARS 이후 사향고향이, 박쥐 수입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2003년 프레리독에 의한 원숭이 두창 발생 후 국내 거래, 이동, 포획이 모두 금지됐다. EU는 프레리독의 수입을 아예 금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프레리독이 무제한으로 수입되고 있으며 워낙 대규모로 수입되기 때문에 검역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렇게 수입된 동물들은 귀엽다는 이유로 개인들에게 무분별하게 팔려나간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숨을 곳조차 없는 좁은 우리에 갇혀 있는 다람쥐원숭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끊임없이 받고 있다. <사진제공=어웨어>

자격 미달 동물원 퇴출해야

국제미생물학회는 “인수공통질병을 최소화 하기 위한 유일한 방안은 수입 자체를 금지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질병 유입의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애완동물 수요 충족’이라는 이유로 야생 조류 및 포유류의 수입을 정당화하기 힘들다”라고 지적했다.

동물복지는 단순히 동물이 불쌍하니까 잘 대해줘야 한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전미 수의과대학 협회장은 “동물복지 NGO나 보전생태학자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사회 공중보건상의 엄중한 문제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환경부는 해외에서 유입되는 야생동물에 대한 종합관리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국제적 멸종위기종, 외래생물(생태계교란 생물, 생태계 위해우려 생물, 유입주의 새물) 등 사전에 수입 허가가 필요한 야생생물 주요 야생동물 질병을 매개할 수 있는 야생동물을 추가할 방침이다.

또한 기존의 동물원법을 강화해 동물원을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전환하고 검사관제를 도입해 사육시설의 적정성을 검토한다. 아울러 동물원 이외 영업시설에서 야생동물 전시 및 체험을 금지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한정애 의원은 “관리하는 부처가 어디까지 하겠다는 목표에 따라 법 개정 내용이 달라진다. 좀 더 공격적인 방식이 필요하다”며 “근본적으로 왜 동물을 수입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환경부 계획을 들어보면 동물원을 등급화 하자는 것인데, 이는 기존 동물원들을 합법화 하고 실내동물원까지 허용하자는 것”이라며 “실내동물원이 자연적인 형태의 동물원으로 바뀔 수 있도록 시간을 주고, 바뀌지 않는 동물원은 사라지게 만드는 것이 동물복지와 공중보건 모든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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