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공간에 가둬놓고 하루 18시간 노동··· 욕과 구타는 예사, 임금은 1/10 수준

[환경일보] 한국 원양어선에서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하루 18시간 이상의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임금은 1/10 수준에 그치고, 일상적인 욕과 구타에 노출되는 등 노예 수준의 인권유린이 자행되고 있다.

공익법센터 어필, 시민환경연구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재단 등 시민단체는 8일 걸스카우트회관에서 이주어선원 인권침해와 불법어업 실태 고발하는 기자간담회 자료를 배포하고,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캘리포니아 산타바바라 주립대는 2018년 상위 25개 수산국의 참치 연승선의 조업형태를 분석한 결과 한국 국적선이 항해 거리, 항해 시간, 조업시간에서 1위를 나타냈고 항구와의 최대 거리는 2위로 열악한 조업환경이라고 분석했다.

단체들은 불법어업과 인권유린이 함께 발생하고 있어 정부에 국제 어선원 노동협약(ILO 188) 비준과 입항하는 한국 국적 선박에 대해 노동 검색을 포함한 항만국 검사를 의무화할 것으로 요구했다.

11명이 좁은 방에서 함께 살며 식사하고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주이주노동자센터>

밥과 달걀만으로 끼니 때워

경주이주노동자센터 오세용 소장은 “이주어선원들은 평균 18시간씩 조업하고 30시간씩 수면 없이 일하는 때도 있다”며 이주어선원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언급했다.

그는 “이주어선원들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폭행과 폭언에 시달려 한국어를 배운 적이 없음에도 욕은 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오 소장이 공개한 사진 자료에 따르면 이주어선원들은 주거환경은 컨테이너나 낡은 가옥에 11명 이상이 함께 사는 것으로 확인됐다.

선주가 식사로 쌀과 달걀만 제공하고 있어 이주어선원들은 밥과 달걀 반찬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주어선원들은 장시간노동과 차별적이고 한국인 어선원 월급의 1/10 수준의 낮은 임금, 폭행 및 폭언 등 착취와 학대를 당하면서도 배를 떠나지 못하는 구조에 빠져있다.

미국 정부 역시 2012년부터 인신매매보고서를 통해 한국 어선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신매매에 대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주어선원의-열악한-식사 <사진제공=경주이주노동자센터>

아슬아슬한 EEZ 침범 불법어업

공익법센터 어필과 환경정의재단이 조사한 인터뷰에 따르면 원양어선이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침범하는 불법어업 역시 계획적이고 상습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어업은 주로 야간에 이뤄지며 해안경비대의 감시를 피하려고 선박의 조명을 끈 상태에서 진행된다. 선원들은 선수와 선미에 대기하고 선박은 EEZ 경계선에서 배가 표박하는 동안 EEZ 안으로 투망했다가 밖에서 그물을 끌어 올리는 방식으로 조업한다.

이주어선원 인터뷰에 따르면 일부 어선에선 해양포유류나 상어, 가오리를 잡을 목적으로 창을 준비해 직접 포획했다는 증언도 담겨있다.

이용기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롱싱 사건처럼 불법어업과 인신매매는 떨어지지 않고 대부분 함께 발생한다”며, “인터뷰한 선원들이 원양에서 해양포유류를 잡으면 이빨이나 생식기를 도려내고 사체는 바다에 버렸다고 증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비용을 낮추고 항만국에 불법어업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바다에 오래 머무르면서 조업하다보니 어선원들의 인권이 더욱 심각하게 침해를 당한다”고 지적했다.

원양에서 해양포유류를 잡으면 이빨이나 생식기를 도려내고 사체는 바다에 버려졌다. <사진제공=환경운동연합>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는 국내 선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근절하기 위해 인권단체들은 ▷이주어선원에 대한 최저 임금 차별 철폐 ▷어선원에 대한 휴게 및 휴일 보장 ▷여권 압수 관행 근절 ▷정부가 개입해 이주어선원 송출비용 책임 제거 ▷권리 구제를 위한 핫라인 구축 등의 개선사항을 제안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선박 해상 체류 기간 6개월로 제한 ▷선박 복귀시 노동 검색을 포함한 항만국 검색 의무화 ▷선박위치추적장치 송수신 주기를 30분으로 단축 ▷전자 모니터링 체계 구축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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