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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책임보험, 보험사 돈벌이 수단 전락

기사승인 2020.06.05  16:5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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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금 100만원 납입하면 3만5천원 지급, 보험사만 배불려
환경피해구제 실적 미흡, 이 와중에 환경부는 낙하산 시도

[환경일보] 환경피해를 구제하기 위해 도입한 환경책임보험이 보험사들의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본래 목적인 환경피해구제 실적은 미흡해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이 와중에 환경부는 사업단에 자기 사람을 심을 궁리만 하고 있어 공공성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2012년 구미 불산 사고를 계기로 ‘환경오염피해 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환경피해구제법)’이 제정돼 2016년부터 시행됐다. 이 법은 2012년 12월 대선 당시 여야 공통 공약이었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과제로 채택된 바 있다.

환경피해구제법을 통해 무과실 책임, 인과관계 추정 등 환경특별 법리가 명문화됐다. 환경오염피해에 대한 배상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경감하는 등 실효적인 피해구제 제도를 확립함으로써 환경오염피해로부터 신속하고 공정하게 피해자를 구제하도록 했다.

특히 민법상 전통적인 과실책임주의에서 벗어나 해당 시설로 환경오염피해가 발생하면 고의·과실을 불문하고 피해배상을 하도록 했다.

아울러 기업에게 무한책임을 지지 않도록 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고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기업의 배상한도액을 설정했으며, 대기, 폐수, 폐기물, 화학, 토양, 해양 등 환경오염 배상책임대상시설(총 10종) 중 6종 시설에 대해 책임보험 가입의무를 부여했다.

500억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던 구미 불산 사고와 같은 사례가 다시 발생했을 때 사업장이 폐쇄되면 피해자들은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다. 이 같은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책임보험제가 도입된 것이다.

환경책임보험 손해율 3.5%

문제는 이렇게 시작된 환경책임보험이 환경피해구제가 아닌 보험사 배불리기에만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 제1기 보험사업의 손해율은 고작 3.5%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보험사들이 100만원의 보험료를 받아 피해자에게 지급한 돈이 고작 3만5000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보험의 이상적인 손해율은 100%(수지상등의 원칙)다. 받은 만큼 보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보험사의 이윤과 운영비 등을 감안해 통상적으로 80~100% 범위가 바람직하다. 2019년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1%, 국내 의무보험 중 손해율이 가장 낮은 가스배상책임보험 손해율도 29.3%다.

이처럼 막대한 수익을 얻는 보험사 입장에서 환경책임보험은 땅 짚고 헤엄치기다. 의무가입이기 때문에 따로 영업을 할 필요가 없고 위험평가도 하지 않아도 된다. 사업비가 절감되니 수익성이 다른 보험과 비교 불가능할 정도다.

게다가 환경책임보험은 공익적 요소가 큰 의무보험·정책보험이지만 약관, 피해보상, 사업비 집행 등을 민영 보험사에 전적으로 위임하면서 공공성이 훼손되고 보험사만 막대한 수익을 얻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보험의 순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정밀한 위험평가를 통해 사업장 위험관리가 우수한 사업장은 보험료를 할인하고, 불량한 사업장은 보험료 할증이 필요하나, 보험사 수익 극대화를 위한 위험평가 소홀로 보험료 책정에 대한 시장의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

또한 위험평가 전문가가 사업장 위험평가 시 개선사항을 발굴해 사업장에 권고하고 이를 개선 시 다음 연도 위험평가에 반영(보험료 할인)함으로써 전체적으로 사업장의 환경안전 관리수준을 높이는 기능도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환경피해구제제도를 처음 설계할 때 보험방식을 채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시장 원리에 따라 환경안전 관리 수준을 높이는 것이었는데, 보험사들이 수익성만을 쫓은 결과 공공성은 실종되고 말았다.

다시 등장한 환경부 낙하산

이처럼 공공성을 잃고 보험사만 막대한 이윤을 얻는 구조가 된 것은 공공의 역할을 시장에 맡기면 해결될 것이라 믿은 환경부의 고질적인 시장 만능 논리가 작동했기 때문이다.

2018년 상반기 김은경 환경부장관이 환경책임보험 국·공영화 추진을 지시하면서 국·공영화 협의체가 출범됐으나, 막대한 이윤을 얻고 있는 보험사의 저항을 우려해 과도기적 형태로 환경책임보험사업단을 설립해 공공성을 보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이미 환경산업기술원에서 환경책임보험 사업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성 보완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환경부 고위층은 사업단을 설립해 공공성 역할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환경부 고위층이 사업단으로 방향을 잡은 이유는 2019년이 되면서 밝혀졌다. 사업단장으로 환경부 퇴직 공무원을 낙하산으로 보내려다 실패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2019년 환경부가 환경책임보험 사업단 초대 단장으로 2019년 초 퇴직한 환경부 고위공무원 A씨를 내정했으나 같은 해 11월 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A씨에 대한 재취업을 불허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A씨에 대해 퇴직 전 5년간 소속됐던 환경부 업무와 환경책임보험 사업단 사이에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인정돼 법에서 정한 취업승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환경부는 당초 의도한대로 초대 사업단장에 A실장의 선임이 어렵게 되자 공모에 지원했던 후보들에 대해서도 전원 ‘부적격’ 판정을 통보했다.

구조개선 없이 보험사업 2기 시작

사태가 이렇게 흘러가자 보험업계가 반격에 나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업단의 역할이 기존 보험사나 보험연구원, 보험개발원 등 유관기관들의 업무와 별 차이가 없는 반면, 조직 구성 등에 비용이 필요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보험업계는 사업단 자체가 ‘공공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환경부가 사심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만든 단체라는 논리를 만들어 환경부를 공격했고 빌미를 제공한 환경부로서는 별다른 대응조차 하지 못했다.

문제는 1기 사업기간 3년이 지난 후 별다른 개선 없이 2019년 2기 환경보험 사업이 시작됐다는 점이다. 환경오염피해구제가 아닌 보험사들만 돈을 버는 구조를 바꾸지 않고 사업만 이어간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평가기간이 5년인 만큼 이후 아직은 섣부르게 단정하기 어렵다”라고 반박했지만 부조리한 구조를 유지해야 할 이유로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환경오염 사고가 별로 없어서 보험사가 예상외로 수익이 남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향후 보험료 조정을 통해서 해결될 것”이라며 “앞으로 환경부와 조율을 통해 제도를 개선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적어도 2기 사업기간이 끝나는 2022년까지는 현재와 같이 보험사가 떼돈을 버는 구조를 바꾸고 싶지 않은 게 보험업계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수백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구미 불산 사고 때문에 환경책임보험 도입을 꺼려했다. 그러나 환경책임보험를 시행한 결과 보험사들에게 막대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노다지가 돼 주었다. <사진제공=환경부>

지급청구 61건 중 11건 지급

실제로 보험금 지급 현황을 보면 보험사들의 목적이 공공성이 아닌 수익성 극대화에만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1기 사업 3년간 보험금 지급청구 61건 중 실제 보험료 지급 건수는 11건에 불과하다.

환경피해를 당한 국민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다면 어떠한 이유를 대서라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싶은 민간 보험사들의 탐욕이 반영된 결과다.

환경피해구제법은 피해자의 입증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해당시설이 환경오염피해 발생의 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으면 인과관계 추정을 규정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개인이 환경피해 개연성을 입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 보험사들은 점진적·만성적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 사고에 대해 인과관계 불확실을 이유로 보상에 소극적이며, 피해를 신청한 주민들에 한해 형식적 보상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피해를 입었음에도 이를 알지 못하거나 피해보상을 신청하지 않은 주민들에 대한 보상은 외면하고 있어 피해보상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아울러 무과실 책임 조항도 유명무실하다. 환경피해구제법 원칙과 달리 보험업계에서는 약관상 보상하지 않는 손해를 폭넓게 규정하고 이 조항을 이용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이를 관리감독 해야 할 환경부는 보험이 전문분야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약관 관리에서 손을 놓고 있으며, 보험업계 역시 같은 이유로 환경부 의견을 무시하고 있다.

게다가 피해구제에 인색한 것은 환경부도 마찬가지다. 환경오염피해구제법 시행 이후 현재까지 483억원을 구제계정으로 적립했지만, 제도 도입 이후 3년간 지급실적은 2000만원에 불과하다.

보험가입 사업자의 배상책임한도 초과 사고(최대 2000억원)는 거의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만, 보험사업에서 비롯된 재원이 국가의 공적구제 재원으로 투입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2022년까지는 방법 없어

환경부라고 해서 낮은 손해율로 인한 보험사들의 막대한 이윤 착취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환경부는 올해 ‘환경책임보험 선진화 포럼’을 통해 보험업계와 개선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책임보험 사업단이 보험업계와 환경부 간 중간 다리 역할을 하면서 공공성을 강화시키려 한다”면서 “피해지역 발굴 확대, 치료비 및 요양수당의 현실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사업단을 통한 공공성 강화가 가능할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이 모든 일은 2기 사업기간이 끝나는 2022년에서야 가능하다. 환경부가 모든 권한을 민간 보험사에 넘겼기 때문에 불합리한 구조를 바꿀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사업단장 공모에 환경부 출신 전직 공무원이 참여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환경부가 잿밥에만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낙마한 A씨의 경우처럼 이번 공모에 응한 전직 공무원 역시 공직자윤리위원회 심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면접을 진행해 사실상 내정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다.

잿밥에만 관심 쏠린 환경부

환경책임보험의 공공성 확보는 보험의 존재 이유다. 환경부의 민영보험사 보험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약관, 피해보상 만족도, 위험평가 내실화, 보상 사각지대 모니터링 등)가 시급하다.

아울러 위험평가 결과의 보험료 할인할증 반영, 위험평가 및 손해사정 전문인력 양성 및 관련 산업 육성도 필요하다.

공정하고 투명한 손해사정, 피해자가 손사기관 피해금액 산출 불복 시 심사청구 등 구제방안 마련, 환경책임보험 손해사정 기관 평가·등록제 시행 등 할 일이 산더미다.

보상하지 않는 손해를 대폭 축소하고 환경사고 발생 시 주민 설명회 개최 등 대국민 홍보 강화로 피해보상 사각지대를 없애야 한다.

환경오염 우려지역에 대한 주민 건강영향조사 실시로 환경피해 조기 확인, 질병악화 및 합병증 발현 전 신속한 피해구제 실시도 필요하다.

특히 현재 환경오염피해는 다른 사람의 신체·생명·재산상의 피해로 정의돼 있어 생태계 피해를 추가로 정의할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환경책임보험 공공성 강화라는 숙제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환경책임보험 사업단의 권한과 업무범위가 확대돼야 하고 전문인력 확충이 시급하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환경부는 자기 사람 심기에 여념이 없다.

환경책임보험으로 보험사들이 막대한 이윤을 얻고, 환경부 공무원들은 퇴직 후 일자리를 얻는 대신 정작 환경피해를 입은 피해자들은 인색한 환경피해구제에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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