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속, 소음·공해로 우울증과 불안 유발, 악취 기준 초과
사월마을 이주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협약 불발

인천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사월마을은 쇳가루 마을로 유명하다. 마을에서 쇳가루가 쉽게 발견될 정도로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 <자료=환경일보DB>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주거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인천광역시 서구 사월마을의 주거환경 개선이 시작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이주대책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시행 협약에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갑작스레 불참을 선언하면서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쇳가루 마을로 유명한 사월마을은 2018년부터의 2년에 걸친 환경영향평가조사를 통해 지난 2019년 11월19일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환경이 아니라는 주거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주민들은 인근에 수도권 매립지가 조성된 이후 이와 더불어 생겨난 수많은 폐기물 및 순환골재 처리공장들과 각종 유해물질 배출업체들로 인해 고통을 겪었다.

이러한 환경재앙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수년간 싸웠으며, 그 결과물로 환경부로부터 공식적인 주거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인천시는 사월마을 이주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시행했다. 

용역에는 인천광역시, 인천 서구청,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월마을 주민들과 4자 협의체를 구성했으며, 지난 12일 오후 2시 박인서 균형발전정무부시장과 사월마을 이주대책 수립용역 협약식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불참을 통보해 결국 무산됐다.

이에 사월마을 환경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장선자), 글로벌에코넷(상임회장, 김선홍), 법무법인 인본(원장, 오정한), 인천 환경운동연합 서구지회(지회장, 이보영)와 사월마을 주민들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를 맹렬하게 비판했다.

장선자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월마을 환경 재앙 원흉인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책임을 회피하며 오리발을 내밀고 있다”면서, “협약식 불참으로 인해 이주용역을 위한 협의체 구성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죽음을 각오하고 수도권 매립지 수송로 이전을 위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단체 및 주민들은 이번 4자 협의체 구성과정에서 수도권매립지공사가 일방적으로 참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사월마을 피해 날로 심각해져

1992년 마을 인근에 국내 최대 규모의 수도권매립지가 조성되면서 주거환경은 갈수록 나빠졌다. 하루 1만3000여대의 대형 폐기물 차량이 사월마을을 통과한다.

마을 주민들은 운반차량이 지나다니면서 질소산화물 등의 각종 분진과 소음 그리고 침출수에 의한 악취와 각종 환경오염으로 육체적, 정신적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2000년대 들어 매립지 주변과 마을 주변으로 대규모 순환골재공장, 건설, 폐기물처리업체 20여개 업체들과 각종 수백개의 소규모 공장들이 난립했다. 

인근 순환골재공장들은 제대로 선별되지 않은 폐기물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소각·분쇄해 각종 유해물질, 미세먼지와 소음, 악취를 발생시켰다.

사월마을 앞에는 건설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오랜 시간 방치돼 있다. 바람만 불면 건설폐기물부터 각종 유해성분이 마을로 유입된다. 주민들은 20여년이 넘는 세월을 무방비상태로 노출돼 있었다.

이에, 환경부는 지난해 사월마을과 관련해 ▷미세먼지 속 중금속 함유량이 타지역에 비해 현저히 높음 ▷주위의 공장들로부터 밤낮없이 소음·공해에 시달려 우울증과 불안 유발 ▷기준치를 초과하는 악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주거환경, ‘주거부적합’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러한 판정에도 주민들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정한 법무법인 인본 원장은 “인천시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강력히 요구해 인천광역시, 인천광역시 서구청,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월마을 주민 등 4자가 참여하는 사월마을 이주대책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시행 협약서가 늦어도 3월 안에 체결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주 연구용역을 진행함에 있어 주민들의 고통을 한시라도 줄이기 위해 이주지 및 이주비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리는 기간을 1년 이내로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SL공사 “내부 승인 필요한 사안”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 관계자는 “협의체 구성 과정에서 일자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면서 “내부 규정상 승인이 필요한 사안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참석해 일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협의체 구성에서 인천시는 자체적으로 연구용역 및 피해보상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절차와 규정이 있지만 일방적인 통보에 공사만 욕을 먹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수도권매립지 관계자는 “4자 협의체 구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재정적인 부분이 들어가기 때문에 공사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내부 규정이 존재한다. 일방적인 통보를 받고 즉시 이행하지 못한 부분에 오리발 행보를 한다고 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기운영위원회가 3월 중에 있다. 심의 협의를 거치고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인천시, 주민대책위원회, 서구청과 일자를 다시 조율하고자 한다”며 “일방적 불참과 반대가 아닌 내부 규정상 불가피한 일”이라고 전했다.

마을 인근에는 건설 폐기물을 나르는 공장이 난립해 있다. <자료=환경일보DB>

아울러, “마을과 가까워 직접영향을 미치는 1매립장과, 2매립장은 더 이상 가동하지 않고 있다”며, “대책위는 하루 1만3000여대의 차량이 통행한다고 주장하는데, 수도권 매립지 반입 차량은 하루 1000여대로 매립지의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인근 공장들로 인한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과거 환경부, 수도권매립지 그리고 사월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다. 하지만 인천시와 서구청은 지난해부터 중재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번 협의체의 구성 골자는 주민피해 보상 및 이주기금 마련이다.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어쩌나

인천 사월마을에서는 2005년부터 2018년까지 주민 122명 가운데 15명이 폐암, 유방암 등에 걸렸으며, 이 가운데 8명이 목숨을 잃었다.

​거주 부적합 판정을 받은 이후에도 사월마을에 대한 피해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거주환경이 좋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11월 DK도시개발은 인천 서구 왕길동(사월마을)에 10조원 규모의 도시개발사업 ‘메트로파크시티’를 승인 받았다. 

민간 주도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이다. 이대로라면 제2의 사월마을로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DK도시개발은 인천 서구 왕길동 도시개발사업 5개 구역 227만2676㎡에 2만757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동시에 인천시와 인천서구청이 사월마을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의구심을 제기한다.

과거 주민들은 인천시와 서구청에 숱하게 민원을 제기했지만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모습과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선홍 글로벌에코넷 상임회장은 “사월마을과 불과 1km도 안 되는 위치에 DK도시개발에서 한들지구 검암역 로얄파크시티 푸르지오 4805세대 아파트를 분양한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인천시와 서구청은 이번 사월마을 환경재앙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2‧3의 사월마을 환경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월마을 주민들은 수도권매립지공사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사진제공=글로벌에코넷>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