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탓에 호주 산불 대재앙으로 악화, 야생동물 10억 마리 떼죽음

[환경일보] 호주 산불로 남한 면적보다 넓은 10만7000㎢가 불탔다. 지금까지 28명이 사망했고 가옥 1400채 이상이 소실됐다. 캥거루, 코알라, 주머니쥐 등 야생동물 10억 마리 이상은 떼죽음을 당해야 했다.

호주 주민은 하루 담배 37개피를 피는 것과 맞먹는 대기 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산불로 발생한 연기는 바다 건너 뉴질랜드를 거쳐 남미에 닿고 있다.

기후변화가 초래한 이상기후 탓에 호주 산불이 대재앙으로 악화되고 있다. 산불 시즌은 더 일찍 시작해, 더 오래 지속하고, 더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예측하기 더 어려워졌다.

캥거루 한마리가 뉴사우스웨일즈 남부 해안에 연한 콘졸라 공원에 닥친 산불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이 캥거루는 산불을 피해 울타리로 뛰어들다 엉덩이 골절로 쓰러졌고 지역 야생동물 구조원이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이 캥거루를 발견하고 안락사시켰다. 뉴사우스웨일즈 지역 야생동물들은 1월4일 발생한 산불로 떼죽음을 당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이번 산불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호주 최악의 화재로 기록된 2009년 ‘검은 토요일 (Black Saturday)’의 44억 호주달러(약 3조5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무더위와 가뭄에 시달렸다. 호주 기상청은 2019년을 호주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한 해였다고 밝혔다.

심각한 무더위와 가뭄이 숲을 메마르게 했고 초대형 산불로 이어졌다. 산불과 싸우는 소방대원이나 기후위기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탓에 산불이 잦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며 이번 산불은 유례없는 재앙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린피스는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에게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호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라고 요구하고 기후위기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밀튼 동물병원 소속 카이틀린 맥파든 수의사가 1월 4일 발생한 산불로 심한 화상을 입은 주머니 여우를 돌보고 있다. 맥파든 씨는 화마가 지나간 폐허에서 주머니 여우를 구하고 암보라고 이름을 붙였다. <사진제공=그린피스>

한국도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으로부터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한국은 석탄 수입량의 30%를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한국 금융기관과 건설업체들은 호주 석탄 채광사업에 투자와 시공을 주도하고 있다.

호주의 반(反) 기후변화 정책에 한국도 책임을 피하기 힘들다. 한국은 석탄 총수입량의 30%를 호주에서 들여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은 2018년 석탄소비량을 전년보다 3.5% 줄였지만 한국은 석탄 소비를 2.4% 늘려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같은 한국 공적금융기관과 삼성증권, 한화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같은 민간금융회사는 호주의 광산 개발 투자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뉴사우스웨일즈 주가 50 차례 이상 발생한 산불로 불타면서 시드니는 이번주 내내 짙은 연기에 휩싸여 있다. 하루에 담배 37개피를 피는것과 맞먹는 오염도로 시드니 공기 질이 나빠지면서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가진 시민들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집안에서 나오지 말라고 권고 받고 있다. <사진제공=그린피스>

유엔환경계획(UNEP)은 기후 대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0% 줄여야 한다고 각국 정부에 권고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한국 정부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30년 온실가스 배출 목표를 5억3600만톤이라 밝혔다. 한국 정부가 최근 발표한 목표는 감축 권고안의 절반에 불과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