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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한 ‘라돈 관리’···실효성 있는 종합대책 필요

기사승인 2020.01.13  14:5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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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강태 씨앤에치아이앤씨 라돈닥터 팀장 인터뷰
“공신력 있는 자격 제도 수립해 정확한 측정 이뤄져야”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라돈 측정·저감 자격증을 소지한 변강태 씨앤에치아이앤씨 라돈닥터 팀장 <사진=이채빈 기자>

[서울=환경일보] 이채빈 기자 = 검찰이 지난 3일 ‘라돈 사태’를 촉발했던 모 브랜드 침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린 사실이 전해지자 다시금 라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라돈은 세계보건기구(WHO)가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물질로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토양이나 암석, 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 자연방사성 가스인 라돈은 건물 바닥이나 틈을 통해 실내로 유입된다.

지난 2018년 한 매체가 침대에서 피폭량 기준치의 최대 9.5배가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다고 보도한 것에 이어 생리대, 온수매트, 건축자재에서 라돈이 검출되면서 국민들의 ‘라돈 공포증’이 확산됐다. 라돈 측정기 몸값이 천정부지 치솟고, 지자체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언론 보도 특성상 라돈 관련 정보는 단편적으로 다뤄진다. 대개 라돈의 위해성을 부각하고, 라돈 관리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과정에서 라돈의 위해성은 과대평가되기 쉽고, 잘못된 정보는 국민의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2년이 지난 현재 라돈의 실체와 라돈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실제 현장에서 라돈을 측정·관리하고 있는 변강태 전문가를 만났다. 한국인 최초로 미국의 라돈 측정·저감 자격증을 소지한 그는 한국라돈협회 기술이사이자 씨앤에치아이앤씨 라돈닥터 팀장을 맡고 있다.

변강태 씨앤에치아이앤씨 라돈닥터 팀장 <사진=이채빈 기자>

폐암 사망자 12% 라돈에 기인

라돈은 토양이나 암석, 건축자재 등에 존재하는 우라늄이 몇 차례의 붕괴를 거쳐 생성되는 무색·무취·무미의 기체로 지구상 어디에나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이다. 따라서 인간의 감각으로는 인지할 수 없고, 오직 측정에 의해서만 농도를 알 수 있다.

라돈이 호흡을 통해 폐에 유입되면 대부분은 내쉬는 숨으로 다시 배출되지만, 일부가 기관지나 폐에 흡착돼 붕괴를 일으키면서 방사선(알파선)이 방출해 폐 조직을 파괴한다. WHO는 전 세계 폐암 발생의 3~14%가 라돈에 의한 것으로 평가했으며, 흡연 다음으로 폐암 발병의 주요 원인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미국인의 연간 폐암 사망자의 약 12%가 라돈 자핵종의 누적 노출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는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위험도 보다 10배 이상 높고,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자 숫자보다 더 높다.

“라돈에서 안전한 기준은 없어”

이러한 라돈의 위해성 때문에 WHO는 ‘국제 라돈 방지 계획’을 수립·추진하며, 실내공기 중 라돈 농도를 관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하역사 등 다중이용시설군의 실내 라돈 권고기준을 148Bq/m3, 신축 공동주택 내 권고기준은 200Bq/m3로 설정해 관리하고 있다. 베크렐(Bq)은 1초에 방사선 1개가 핵에서 1번 방출되는 것으로, 1초 동안 한 번의 방사성 붕괴가 일어나는 것을 나타낸다.

변강태 전문가는 “여기서 148이라는 숫자는 의미가 없다. EPA가 연간 라돈에 의한 폐암 사망자 중 3분의 1은 실내 라돈 농도를 4pCi/L(148Bq/m3) 이하로 저감함으로써 방지할 수 있다고 추정한 것을 토대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돈에서 안전한 기준은 없으며, 라돈을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 최대한 낮은 농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라돈 차단 페인트’ 등 라돈에서 안전한 제품이나 시공법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게 맞다. 라돈은 기체이므로 현재 기술로 걸러낼 수 없다. 필터링 시 걸러지는 부분은 ‘라돈 자핵종’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24시간 가동해야 하고,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줘야 한다.

라돈을 단순히 수치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다. 변강태 전문가는 “국내에선 라돈 수치만 중요하게 여기는데, 라돈의 위해성을 판단할 땐 농도(수치)뿐 아니라 노출 기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올바른 정보 전달 이뤄져야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라돈은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생경한 개념이었다. 지금도 라돈의 면면은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라돈이 누구나 아는 위험물질로 인식된 시기는 2014년 한 매체를 통해 아파트 석고보드가 라돈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다.

일반적으로 라돈은 토양에서 발생하므로 토양에 밀접한 저층 지대일수록 노출되기 쉽다. 하지만 고층 아파트에서 사용하는 건축자재인 석고보드 때문에 아파트 17층에서 저층 지대보다 높은 수치의 라돈이 측정됐다.

변강태 전문가는 당시 보도를 회상하며 “라돈이 처음 인식될 때 초점이 잘못 맞춰진 것 같다. 이 보도로 ‘석고보드가 라돈의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이 만연했다”며 정확한 정보 전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내 라돈의 85~97%는 토양으로부터 건물 바닥이나 벽의 갈라진 틈을 통해 들어온다. 이 밖에 건축자재에 들어 있는 라듐 등으로부터 발생(2~5%)하거나, 지하수에 녹아 있던 라돈이 실내로 유입(1%)되기도 한다.

그는 “토양에서 실내로 유입되는 라돈의 원인은 실내와 바닥 아래 토양의 공기압력 차이 때문”이라며 “온돌 효과·각종 환기설비 등의 영향으로 실내 공기압력은 토양보다 음압을 형성하며, 이는 토양 내 공기를 실내로 빨아들이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라돈 농도, 평균치로 판단해야

‘라돈 포비아’를 조장한 측정기에 대한 한계도 언급했다. 변 전문가는 간이측정기의 근본적인 한계로 ▷라돈(RN-222)과 토론(RN-220)을 구분하지 못하고, 단순히 라돈 가스만 측정해 정확성이 떨어지는 점 ▷10분 단위로 수치를 보여주는 점을 꼽았다.

그는 “라돈은 땅에서 규칙적으로 올라오는 게 아니므로 평균치 농도를 봐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2~3일·일주일·1달 단위로, 장기적으로는 90일·1년 단위로 측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10분 단위로 수치를 보여주는 것은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이렇게 된 건 미디어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라돈 저감, 정확한 측정이 우선

라돈 관리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변 전문가는 “학교나 군부대 등 현장에서 느낀 점은 ‘라돈은 이렇게 접근해선 안 된다’였다. 라돈 관리에 관한 종합적인 대책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라돈을 저감하려면 정확한 측정이 우선이다. 정부가 내놓은 라돈 저감 조성 가이드북에 따르면 90일의 측정시간이 지난 후, 종료 날짜를 기록하고 포장해서 분석기관으로 발송해야 한다. 그러나 현장에선 단 8일 만에 측정이 이뤄진 곳도 있었고, 측정기간 내내 측정 조건을 철저히 준수하는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라돈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정부가 라돈 측정·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공신력 있는 자격증 제도를 실시하는 등 정부 차원에서 종합적인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빈 기자 green900@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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