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투자출연기관 2만 노동자 ‘성별임금격차 현황’ 홈페이지 공시
성별임금격차 다양, 여성비율 18%로 낮고 평균근속 남성 7.7년 길어

기관 전반의 여성 노동자 비율 자체가 낮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더 긴 점 등이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근본적‧구조적인 주요 문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일보] 서울시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3․8 세계여성의 날’에 발표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약속을 이행했다.

서울시는 22개 모든 투자‧출연기관의 기관별 성별임금격차와 직급별‧직종별‧재직년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임금격차를 9일(월) 서울시 홈페이지에 공시(2018년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성별임금격차 현황)했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의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별‧고용형태별 임금과 근로시간 같은 노동 관련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으로, 투명한 정보공개를 통해 성별에 따른 비합리적인 임금격차를 해소하고 성별과 무관한 평등한 임금을 지향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스위스,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이와 유사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발표한 ‘3.8 성평등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통해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정보를 분석해 도출됐다. 2018년 만근한 총 2만2361명이 대상이다.

성별임금격차는 OECD와 동일하게 중위값 기준으로 공시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특정 성별이 5인 미만인 경우 비공개 처리했다.

성별임금격차 OECD 1위 불명예

서울시는 대한민국이 성별임금격차 OECD 1위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은 물론 민간에서도 시도한 바 없는 성별임금격차 분석을 처음으로 실시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구체적인 개선노력을 본격화한다는 데에 이번 공시의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의 사회참여 기회가 날로 확대되고 인식 전환이 이뤄지는 추세라고 하지만, 성별임금격차는 2000년 조사 이래 줄곧 OECD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노동‧시민단체‧기업 등 민간의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TF가 주도하고 22개 기관 노‧사 양측이 소통‧협력해 추진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

이렇게 도출된 내용을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공동위원장 :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심의‧의결하고, 시가 최종 공시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 전 과정은 여성‧노동학계, 시민대표, 기업인, 성평등‧일자리위원회 등으로 구성된 ‘성별임금격차개선 TF’가 주도했다.

그 과정에서 22개 투자출연기관 노‧사 양측이 공감대 형성부터 임금정보 수집, 결과에 대한 원인 분석 등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2019.9월 출범)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등 서울시의 성평등 노동정책의 컨트롤타워로, 주요 사항을 심의‧자문한다.

성별임금격차 46.42%~–31.57%

이번 성평등 임금공시에 따르면, 서울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46.42%~–31.57%로 다양했다.

성별임금격차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의 차이를 비율로 나타낸 것이다. 예를 들어 격차가 30%일 경우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70만원이라는 의미다.

마이너스(-)는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경우다. 예컨대, -30%일 경우는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은 130만원이라는 의미다.

19개 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대한민국 성별임금격차(34.6% 2017년 OECD 발표)보다 낮았지만, 개선해야 할 격차는 엄연히 존재했다.

서울연구원(46.42%), 서울산업진흥원(37.35%), 서울에너지공사(40.99%) 3개 기관은 OECD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2017년 기준, 34.6%)에 비해 높았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은 2017~2018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대거 이뤄진 가운데, 전환대상자 중 여성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격차가 커진 경우로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 전환자들로 인해 일시적으로 발생한 것이다.

서울에너지공사는 남성 재직기간이 여성에 비해 길고, 교대근무직을 모두 남성이 맡고 있어 격차가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은 기관도 있다. 서울여성가족재단(-31.57%)과 서울장학재단이다. 두 기관 모두 상위 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관 전반의 여성 노동자 비율 자체가 낮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더 긴 점 등이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나는 근본적‧구조적인 주요 문제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규모 크고 오래될수록 여성 비율 낮아

공시대상 전체 노동자 중 여성비율은 18%에 불과하고,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교통공사와 같이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의 비율은 1만5000여명 중 8.7%로 매우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은 175.1개월로 남성 231.3개월보다 짧았다.

여성노동자 비율이 30% 이하로 나타난 기관은 6개(▷서울교통공사 8.7% ▷서울시설공단 22.0%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 12.8% ▷서울주택도시공사 23.2% ▷서울에너지공사 16.0% ▷서울디지털재단 28.6%로), 상대적으로 성별임금격차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20다산콜재단, 서울여성가족재단과 같이 여성 노동자 비율이 더 높은 기관에서는 여성의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길고, 성별임금격차도 낮거나 오히려 여성임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비율 86.3%인 ‘서울특별시120다산콜재단’의 경우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19.9개월로 남성(19.1개월)보다 길고, 성별임금격차는 6.4%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역시 여성노동자가 절반 이상인 ‘서울여성가족재단(69.8%)’과 ‘서울장학재단(57.1%)’도 여성 임금이 남성보다 높아, 여성 비율이 성별임금격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상위직에 여성 적어

대부분의 기관에서 상위직급으로 갈수록 여성비율이 낮아지는 점, 건축‧토목‧기계 같은 분야는 남성 중심 직종이라는 인식이 아직 강한 점도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상위직급(1~2급)에 여성이 없다. 건축, 토목 등의 직종이 많은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상위직급(1~3급)에 남성이 88%를 차지했다.

서울시는 성별임금격차가 여성의 사회적 위치가 상대적으로 열악했던 시절의 관행과 인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되고 누적돼 나타난 것으로 보고 차별적 기준선 자체를 바꾸기 위한 후속조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여성 채용비율을 높이고 ▷상위직급에 여성 진출기회를 확대하며 ▷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용중단 등 불이익이 없는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이번에 나타난 성별임금격차 중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차별적 요소를 분석‧파악하고, 22개 각 투자출연기관에서 자체 분석한 원인을 함께 고민해 개선점을 찾아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노동전문가인 차별조사관과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성평등임금자문단(구성 완료)’이 각 투자출연기관을 방문할 계획이며, 각 기관별 자체 개선계획을 수립‧이행할 수 있도록 3단계에 걸쳐 컨설팅한다.

또 시는 투자출연기관에 대한 성평등 임금공시를 지속하는 동시에 향후 대상을 투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과 시 민간위탁기관까지 확대해나간다.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궁극적인 목표인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 마련, 우수 기업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 제정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민간 부문의 참여 확대를 위해 기업 대상 ‘성평등임금 컨설팅’ 등을 추진하고, 여성‧노동단체와 민간기업간 소통‧협업을 통해 성차별 노동환경 실태조사, 성평등 캠페인 등을 펼칠 예정이다.

성평등임금 가이드라인 마련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9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성평등임금공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22개 투자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 현황을 발표하고, 여성‧노동 전문가와 단체, 투자출연기관 노‧사, 임금정보 분석 연구진, 일반시민 등이 함께 향후 발전방안에 대해 토론했다.

임금정보 분석에 참여한 전기택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성평등 임금공시’에 대한 주제 발표를 했다.

토론회 좌장은 신경아 한림대 교수(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공동위원장)이 맡았다. 패널로는 박귀천 교수(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손영주 회장(서울여성노동자회), 투자출연기관 사용자대표 강인구 처장(서울주택도시공사 인사노무처), 투자출연기관 노조대표 나도철 노조위원장(서울시복지재단 노동조합), 윤희천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이 참여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2년 전국 최초 ‘성평등위원회’ 신설을 시작으로 성평등 노동환경 기반을 선도적으로 구축해왔다.

5급 이상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14년 19.4% → 2018년 23.1%로 높아졌고, 위원회 위촉직 여성비율도 2014년 37.3% → 2018년 41.3%로 지속 확대했다. 젠더자문관(2017)과 젠더특보(2019)도 신설했다.

또 여성의 활발한 경제활동 지원과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직장맘지원센터’를 2014년 1개소(광진)→2018년 3개소(금천, 은평 추가)로, 여성인력개발기관은 2014년 25개소→2018년 30개소로 각각 확대했다. 공공형 여성일자리도 2014년 1만2316개 → 2018년 1만4215개로 확충했다.

서울시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 신경아 위원장은 “서울시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노·사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 국내 처음으로 성평등임금공시를 시행할 수 있었다”며, “독일 등 유럽의 경우도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과 개선 의지를 통해 성별임금격차를 줄였다. 서울시의 이번 공시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과 궤를 같이 하는 것으로 성차별 없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길고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성평등임금공시의 목적은 성별임금격차 발생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해 실제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있다.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만드는 핵심 실천”이라며 “국내 최초의 공시를 통해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도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났다.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먼저 모범적인 선례를 보이고, 이 흐름이 민간까지 이어져 오랜 기간 누적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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