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대부분은 환경시설에 사용, 추가 감축 여지 거의 없어
물재생센터 바이오가스 생산과정 CO₂ 저감, 실적 인정 안해

[환경일보] 선진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들이 온실가스를 의무적으로 감축하는 신기후체제가 시작되면서 EU 등을 중심으로 국제사회 노력도 강화되고 있다. 심지어 핀란드는 2035년, 영국은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화 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 11위 온실가스 배출 국가로 감축의무 상향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지만 고작해야 2050년 저탄소 사회가 목표다. 2030년까지 2017년 대비 24.4% 감축을 목표로 내세웠고, 4대 핵심 배출원(전환‧산업‧건물‧수송)에서 91%를 줄일 계획이다.

산업이나 수송 등에 비하면 규모가 작기는 하지만 공공부문에서도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그런데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불합리한 규정 탓에 지자체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애를 먹고 있다.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에 따라 2019년 28%, 2020년 30%를 감축해야 하는데, 민간부문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2015년 이전에 설치한 온실가스 감축사업에 대해서는 감축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신규시설 도입 시 저감시설을 함께 설치할 경우에도 감축으로 인정하지 않아 지자체 온실가스 감축 여력은 제로에 가깝다.

지자체 특성상 소각시설을 설치할 때 폐열을 활용한 에너지 생산시설을 동시에 도입하는데, 이를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민간기업의 경우 시차를 두고 설치할 경우 버려지는 폐열을 활용했다면서 감축실적으로 인정된다.

정부 시책에 따라 에너지 절약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이나 한파시 거의 모든 공공기관 건물들이 여름에는 ‘무더위쉼터’ 역할을 하고, 겨울에는 ‘한파대피소’로 개방되기 때문에 일정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민원인을 직접 상대하고 대피소까지 제공하는 기조지자체는 에너지 절약에 적극 나서기 어렵지만 중앙정부와 같은 기준을 적용받기 때문에 시작단계부터 패널티를 적용 받는다.

지자체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중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하‧폐수 등의 처리과정에 쓰이는 공정배출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사진=환경일보DB>

공정배출이 90% 차지

6일 국회에서 열린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서 전주시 황인묘 기후에너지관리팀장은 “전체 배출량 중 폐기물, 음식물쓰레기, 하‧폐수 등의 처리과정에 쓰이는 공정배출이 90%를 차지하고 에너지 사용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10%에 불과해 줄일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공정배출은 에너지 사용과 다르게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이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폐기물 처리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 

환경기준이 강화되면 처리시설의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한다. 황 팀장은 “정부가 특별히 추진하는 환경정책을 시행하거나, 기존 환경기준을 강화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배출권을 추가적으로 할당해야 한다”며 “기후변화가 아닌 하천생태계, 미세먼지 저감 등 다른 환경에 중대한 효과를 주는 경우에는 온실가스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온실가스를 줄이겠다고 오염방지시설을 가동하지 않으면 환경법 위반이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겠다고 적당히 처리하면 그것도 환경법 위반이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기 위해 시설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해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달성하지 못한다. 어떤 선택을 해도 법률 위반 소지가 있는 지자체로서는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신보라 의원 주최로 '합리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가 12월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김경태 기자>

줄일 수 있다면 실적 인정해야

온실가스를 줄일 방법이 있음에도 실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손을 놓고 있는 사례도 있다. 물재생센터의 바이오가스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가 그런 경우다.

현행 하‧폐수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CO₂는 생물기원으로 배출량으로 산정하지 않는다. 그 결과 바이오가스 정제 과정에서 배출되는 CO₂를 포집하는 것 역시 감축성과로 인정되지 않는다.

슬러지 처리시설(소화조)에서 배출되는 CO₂(35%)는 생물기원이기 때문에 배출량 산정에서 제외되며 이를 CCS 시설로 포집해 사용해도 감축량으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지만, 배출량에 집계되지 않는 것은 지자체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서지 실제로는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따라서 줄일 방법이 있다면 줄이는 게 맞다.

서울시 노정현 건물온실가스감축팀장은 “바이오가스 정제 과정에서 배출되는 CO₂ 포집을 감축성과로 인정하면 배출권가격 계상으로 사업의 경제성이 확보되고 압축된 장소에서 비용 효율적인 감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시는 4개 물재생센터에서 하루 평균 21만㎥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를 연소해 슬러지 처리시설에 열 공급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소화가스 정제 및 메탄 개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하루 27만3000㎥의 CO₂(536.25tCO₂)를 활용하면 연간 19만5731톤을 감축할 수 있다.

이윤을 얻기 위한 영리적인 활동을 하는 기업이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에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인지 고민해볼 일이다.

산업계에만 너그러운 정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우여곡절 끝에 시행됐다. 산업계는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끝까지 반대했고 나중에는 배출권 추가 할당을 요구해 관철시켰다.

정부는 산업계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1차 계획기간(2015~2017년) 배출권 할당을 초안에 비해 5800만톤이나 늘려준 것도 모자라 배출권 가격을 톤당 만원 이내로 묶는 조치를 추가해 사실상 기업들에게 해줄 수 있는 모든 걸 해줬다.

배출권거래제 시행 전 기업들은 배출권이 지나치게 적어 수십조원의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부족하기는커녕 오히려 남아돌았다.

2016년 기획재정부는 “배출량을 정산한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5억4260만톤, 배출권은 5억4870만톤으로, 610만톤의 여유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우리 사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경쟁력’을 이유로 산업계에 한없이 너그러웠던 정부는 반대로 지자체에게는 한없이 가혹했다. 줄일 수 있는 여지 자체가 별로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감축할 수 있는 방안도 인정하지 않는 등 지나치게 엄격했다.

깨끗한 물과 공기를 위해 환경시설을 가동하면 에너지 사용량이 증가하는 지자체에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하는 기업에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온실가스 감축인지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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