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모형에 필적할 국제적 수준의 온실가스·에너지·경제 통합분석 모형 구축에 총력
'한국형 상·하향식 온실가스 통합감축시스템(UNICON)' 개발사업 연구단
단장 장기복 KEI 선임연구위원 인터뷰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등 주요 정책결정에 기여할 것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관련 기술 등 정보 인프라 필수

[환경일보] ‘한국형 상·하향식 온실가스 통합 감축 시스템(UNICON: UNIfied Climate Options Nexus)’ 개발사업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기후변화대응 환경기술개발사업 중 하나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는 UNICON 연구단(단장 장기복 KEI 선임연구위원)의 주관 연구기관으로서 6년 8개월간(2014년 5월~2020년 12월)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국내 환경경제 모형개발에 전문성을 가진 KAIST, POSTECH을 비롯한 서울대, 한양대, 광운대 등 전문기관 소속 약 50여 명의 석·박사 전문 인력과 함께 공동 연구를 수행중이다. UNICON 연구단 장기복 단장을 만나 그간의 연구 성과와 기대효과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장기복 단장 

 

Q. 개발 중인 온실가스·에너지·경제 통합모형이란

A. 기후변화에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기술적 대안의 실행에 의한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과 에너지 비용 소요, 산업 및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하다. 연구단에서는 온실가스 감축 수단의 시행은 물론 사회경제적 여건 및 신기술의 개발과 확산 등의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및 감축량, 국민경제 생산·소비활동 및 부가가치, 전력 및 에너지 부문의 구성 및 발전량 산출,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관련 기술·제품의 활용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의 효과를 과학적·정량적으로 상시 분석할 수 있는 온실가스·에너지·경제 통합모형을 개발하고 있다.

올해는 연구개발 6차년으로서, 70개 산업을 구분하고 가계·정부·저축·해외 부문을 망라한 하향식 거시경제 일반균형모듈과 전력·수송·건물·산업·정유·토지이용·폐기물 등 온실가스 배출 전 부문을 포괄하는 16개의 상향식 에너지시스템 모듈의 개발이 각각 완성단계에 있다. 또한 거시경제 일반균형모듈과 전력·수송·산업·정유·토지이용 등 개별 에너지시스템 모듈을 동시적으로 다중 연계해 일관되게 분석할 수 있는 통합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시도일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전 부문을 포괄하면서도 경제 이론적 근거하에 모듈 간의 시스템적 연계방식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경제 모형 분야에서의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선진 기술이라고 자평한다.

Q. 통합모형의 특징을 간략히 설명한다면

A. 국제적으로 에너지, 온실가스, 경제의 상호 작용을 모델링하는 방법은 크게 하향식 모형과 상향식 모형을 목적에 맞게 개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기후경제 모델링 분야에서 하향식 모형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정책의 경제적 비용과 파급효과 분석에 특화된 경제모형을 지칭하며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국민경제의 모든 산업을 포괄해 산업·경제주체 간 시장거래를 모델링한다. 시장거래 균형가격을 모델링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경제적 비용과 효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데에 강점이 있는 반면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수단 및 기술적 대안의 활용에 따른 효과 등 부문 및 기술에 특화된 정책 분석이 제한된다는 단점이 있다.

이와는 달리 상향식 모형은 전력, 수송 등 개별 부문별로 온실가스·에너지의 투입 및 산출을 기술 단위로 모델링해 주어진 가격과 수요 조건 하에서 부문별 기술선택의 변화를 모델링한다. 기술 선택 행위를 모델링함에 따라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 수단과 기술 특성의 변화 등에 따른 부문별 기술 선택(예: 발전원별 시설투자 결정 등)의 변화에 대한 정보 생산이 가능한 반면 기술 선택의 변화에 따른 시장거래의 변화 즉 경제적 영향에 대한 효과를 분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단에서 개발 중인 통합모형은 하향식 모형의 장점과 상향식 모형의 장점을 동시에 살리기 위한 모형이다. 시장거래와 기술 선택 변화를 하나의 모형 체계 내에서 내생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하나의 일관된 틀에서 정책 실행이나 여건 변화에 따른 환경적·경제적·기술적 영향과 변화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다.

통합모형 구조 <자료제공=KEI>

Q. 통합모형 개발이 필요한 이유는

A. 기존 상향식 모형은 주로 온실가스 감축의 기술적 잠재력 분석에, 하향식 모형은 온실가스 감축의 경제적 잠재력 분석에 주로 활용하고 있었으나 감축잠재력에 대한 분석 및 평가가 왜곡돼 온실가스 정책 및 기술 관련 대안 분석의 현실적합성과 합리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최근 들어 상향식 모형과 하향식 모형을 병용해 상향식 모형과 하향식 모형의 장점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미국, 일본, EU 등 주요 선진국은 글로벌 통합 평가모형을 개발·운용해 IPCC등 국제 기후연구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가 온실가스 통합 감축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단계이며, 국제적 지구온난화 공동 대응에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IPCC 제5차 평가보고서에 활용된 30여개의 범지구적 평가모형 중 국내의 모형은 KEI-Linkage(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가 유일하나, 이 모형은 하향식 모형으로서 사회경제적 효과분석에 한정돼 기후변화 및 기술적 영향을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단에서는 상향식 모형과 하향식 모형을 내생적으로 연계해 온실가스 감축의 경제적 잠재력과 기술적 잠재력을 통합 분석·평가하는 시스템 개발을 진행했다. 통합모형의 상향식 모듈에서는 기술조합의 선택결과를 반영한 에너지 공급량을 하향식 모듈에 전달하고, 하향식 모듈에서는 시장거래의 결과를 반영한 에너지 수요량과 에너지 가격을 상향식 모듈에 전달하면, 상향식 모듈의 기술조합 정보와 하향식 모듈의 경제변수 정보를 일관된 분석틀 안에서 생성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정보를 모두 반영해 산출된 감축잠재량은 기술적 감축가능성과 경제적 환류효과가 고려된 감축잠재력이므로 모형의 한계에 의한 왜곡의 위험이 적다. 따라서 보다 현실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계획의 수립과 보다 객관적이고 경제 이론에 부합하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감축정책을 평가하거나 설계하는 데에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Q. 다른 모형과의 차별성과 장점을 든다면

A. 국제적으로는 통합모형의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고 다양한 형태의 통합모형 개발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기후정책 설계 분야에서의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하향식 모형과 상향식 모형을 연계한 통합모형은 아직 개발되거나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구단에서 수행 중인 한국형 상·하향식 온실가스 통합 감축 시스템 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최초의 상·하향 온실가스 감축 통합모형으로서 정책적으로는 물론 학술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통합모형만의 특징을 들자면, 첫 번째 한국의 기술적·경제적 현실성을 최대한 반영해 분석결과의 현실적합성을 담보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수송 등 총 16개 부문별 상향식 모듈 개발과정에서 부문별 기술 실태와 경제기술적 정보를 최대한 반영함으로써 개별 모듈별로 하나의 독립적인 상향식 모형으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하향식 모형 개발과정에서는 우리나라 데이터 기반으로 모형의 핵심 파라미터 등을 실증적으로 추정해 활용함으로써 한국형 하향식 모형으로서의 독자성과 활용성을 확보하고 있다. 

상향식 모듈의 기술 선택과 하향식 모형의 산업 선택간의 정합성을 확보하는 통합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통합모형으로서의 기능을 갖춤과 동시에 각각의 상향식 모듈과 하향식 모듈이 개별적인 모형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모형으로서의 완결성과 활용성을 보장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포괄성 측면이다. 본 연구단에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전 부문을 포괄하는 한국형 상향식 모듈을 개발함으로써 전력, 수송, 정유, 농업, 산림, 산업, 산업공정, 토지이용, 건물, 폐기물 등 온실가스 감축 전 부문의 기술 선택을 모델링하고 있다.

Q. 연구 과정에서 애로사항이 있다면

A. 상향식 모형의 장점은 세부적인 부분까지 고려할 수 있는 해상도 부분에 있다. 이러한 상향식 모형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 기술과 관련한 기술경제적 특성에 대한 정보의 가용성과 품질이 매우 중요하다. 모형의 구축 과정에서 모형의 중요 입력자료인 관련 데이터와 정보의 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던 점이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신기술 등 일부 기술의 경우 기술경제적 특성에 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한 점도 있고 구축된 기술 DB들이 비공개인 경우와 정보 활용을 위한 협조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다. 친환경적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 대응이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에너지 관련 기술 등 관련 정보와 데이터 인프라를 갖추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Q. 통합모형의 활용 방안과 향후 계획은

A. 우리 연구단의 모형과 유사한 외국 모형(일본 AIM, 미국 USREP-ReEDS/REGEN 등)은 정부 정책 의사결정을 돕기 위해 구축됐으며, 우리 연구단의 모형 역시 정부 정책 의사결정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다.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배출권 할당계획 수립, 부문별 온실가스 감축정책 수립 등 정부의 중요한 정책 의사결정을 위한 핵심적인 정보와 분석결과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모형의 개발과정에서 확보된 모델링 지식과 정보 중 일부는 이미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 수립 등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정책 수립에 직·간접적으로 활용된 바 있다. 또한, 정부가 최근 마련 중인 2050 저탄소 발전전략(LEDS) 수립 및 국가 NDC(National Defence Contribution) 수정 작업과 관련해 모형의 분석 결과가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연구개발의 마지막 해라 할 수 있는 2020년에는 통합모형의 GUI 개발을 통해 실수요자 대상 교육 제공 및 통합모형과 통합DB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공개하고 운영에 필요한 사용설명서 등을 배포해 모형의 활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또한, 국제회의 및 국제기구에 지속적으로 참여해 본 연구단의 모형을 국제전문가 그룹에 인정받고 개발 성과를 국내외적으로 확산시키고자 한다.

모형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의 탄소경제 분석을 선도하는 통합형 모델로서 활용될 수 있도록 온실가스종합정보센터 등 관련 전문기관과의 협업을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분석대상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및 에너지·경제에 한정돼 있는 모형의 한계에 대한 보완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 분석에서 더 나아가 신기후체제에서 국제적으로 한국의 입장을 정량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모형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이외에도 신재생에너지 자원지도, 시간대별 전력급전 분석 모듈 등 보다 정교한 고해상도 모형으로 발전시키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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