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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석탄재 수입, 경제논리만으론 못 막아

기사승인 2019.08.29  21: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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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화력발전사들, 환경분담금 피하려 한국으로 석탄재 수출
보조금에 길들여진 시멘트업계, 약속 어기고 버젓이 수입

[환경일보] 시멘트 생산 등에 사용하는 수입 석탄재 대부분이 일본산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본 방사능 공포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굳이 일본에서 보조금까지 받아가며 폐기물을 수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29일 일본산 석탄재 수입 관련 토론회에서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배재근 교수는 “국내 석탄재 매립을 제로화 하고, 재활용이 용이한 석탄재 생산공정으로 전환해 일본 석탄재 수입을 점진적으로 줄여야 한다”며 “발전사의 투자와 함께 환경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내 5대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를 재활용하는 명목상 비율은 ▷2009년 37% ▷2014년 84% ▷2018년 89%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이 통계에는 사실상 매립이나 다름 없는 성토재 사용이 포함됐다.

2018년으로 한정하면 전체 938만톤 가운데 ▷레미콘·콘크리트 혼합재로 678만톤(72%) ▷시멘트원료 97만톤(10%) ▷기타 성토재로 사용되거나 매립된 양이 163만톤(18%)에 달했다.

화력발전소의 석탄재 재활용 유형 <자료출처=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배재근 교수 재인용>

지난해 시멘트 업계는 총 187만톤의 국내산 석탄재를 사용했는데 나머지 93만톤은 5대 발전소를 제외한 나머지 민자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분량으로 충당했다.

시멘트 원료로 사용된 양에 비해 성토재로 사용되거나 매립된 양이 더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배재근 교수는 “국내산 석탄재의 발생량 증가 시기(여름, 겨울)가 건설업 비수기에 해당돼 일부 매립이 불가피하며, 매립 시 바닷물 사용으로 염분 함유량이 높아 시멘트 원료로 부적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력소비가 많은 여름과 겨울에 석탄재가 많이 발생하지만, 겨울은 건설업 비수기이기 때문에 찾는 곳이 없어 화력발전소들이 석탄재를 매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만으로는 일본 석탄재 수입을 설명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일본, 석탄재 매립 톤당 23만원

일본은 왜 석탄재를 보조금까지 줘가면서 수출하는 것일까? 우리나라는 2000년대 초반 화력발전소가 톤당 3만원씩 받고 석탄재를 판매했고, 돈을 주기 아까웠는지 시멘트 업계 수요는 대폭 감소했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배재근 교수

배재근 교수는 “화력발전소 입장에서 팔고 남은 석탄재를 톤당 1만원의 환경부담금을 지불하고 매립하는 것이 3만원을 시멘트 업계에 내고 처리하는 것보다 저렴하기 때문에 대부분 매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가 매립지가 없거나 매립지가 부족한 화력발전소는 다른 매립지에 묻으려면 톤당 1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3만원을 내고 처리할 수 있는 시멘트 업계를 선택했다. 

대형 발전소와 그 외 발전소의 석탄재 매립 비율이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매립하는 것이 더 비싸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서 매립을 하려면 톤당 3000~5000원이면 충분했지만 일본에서 석탄재를 매립하려면 톤당 2만엔(약 23만원)의 분담금을 내야 했다.

화력발전소 입장에서는 그 돈을 주고 매립하느니, 차라리 톤당 5만원의 보조금을 줘서 해외로 수출하는 게 이익이다. 그래서 일본은 한국으로 석탄재를 수출하는 방법을 선택했고, 때마침 한국 환경부는 이를 허가했다.

일본 석탄재 수입으로 화력발전소 매립장이 포화상태다. <자료출처=최병성 목사>

일본 석탄재 품질이 좋다?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한 석탄재가 시멘트업체로 가지 못하면 성토재로 사용되거나 자체 보관한다.

그마저도 안 될 경우 바닷가 근처에 매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바닷물이 스며들어 석탄재에 염분이 유입된다. 시멘트업계는 이 염분 때문에 한국 대신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한다고 항변하고 있다.

시멘트를 포함한 아파트 건설자재에 대해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최병성 목사의 설명은 다르다. 

최 목사는 “일본 석탄재를 수입하는 옥계항에서 일본 석탄재 시료를 채취해 요업기술원(현 한국세라믹기술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의뢰한 결과, 염분이 섞여 있는 바닥재임을 확인했다. 특히 중금속 함량 또한 국내 석탄재보다 더 높다는 사실이 2008년 국정감사에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 목사는 “우리나라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를 공급하지 않아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다. 시멘트업계가 석탄재를 일본에서 보조금 받아가며 수입하느라 한국 석탄재가 갈 곳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목사는 “우리나라 화력발전소가 석탄재를 공급하지 않아서 수입하는 것이 아니다. 시멘트업계가 석탄재를 일본에서 보조금 받아가며 수입하느라 한국 석탄재가 갈 곳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김경태 기자>

2009년 ‘국내산 사용’ 자발적 협약

잠깐이지만 일본산 석탄재 수입이 금지된 때가 있었다고 한다. 2008년 국내 시멘트 업체가 일본에서 수입한 석탄재를 공장 뒷산에 불법 야적하면서 침출수가 발생했고, 삼척항에서도 일본 석탄재 하역과정에 심각한 해양오염이 발생했다.

최 목사는 “2008년 일본에서 열린 환경부 민관협의회에서 일본 폐기물(석탄재, 철슬래그, 폐타이어)이 한국에서 발생시키는 환경오염 사진을 보여주며 수출 중단을 요청했고 그날로 석탄재 수출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이어 최 목사는 “석탄재 수출이 금지되면 화력발전소 가동을 멈춰야 하는 일본이 수시로 한국 환경부로 전화를 했다. 한국은 일본의 유일한 석탄재 처리 국가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해양오염이 발생했고(위), 시멘트 공장 뒷산에 불법 야적해 환경오염 발생한 현장 모습(아래) <자료출처=최병성 목사>

최 목사에 따르면 2008년 4월 환경부 담당자가 ‘문제가 다 해결됐으니 석탄재 수입을 재개해달라’는 공문을 일본 환경성에 보냈고, 이후 일본 석탄재 수입이 재개됐다. 최 목사는 “문제가 해결됐다는 환경부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었다”라고 주장했다.

우리 환경부 요청에 따라 석탄재 수입이 재개됐지만 이번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2008년 국정감사에서 일본 석탄재 수입 문제로 환경부가 질타를 받았고, 이에 환경부는 ‘지금 당장 수입을 중단하기는 어렵지만 점진적으로 시멘트 업계와 협력해 국내산 석탄재 재활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2008년 국정감사 서면질의서 환경부 이만의 장관 답변 <자료제공=최병성 목사>

이듬해인 2009년 10월 환경부와 시멘트업계, 한국전력공사는 ‘국내 석탄재 재활용 확대를 위한 자율 협약’을 맺었는데 ▷가급적 국내산 석탄재를 사용하고 ▷불가피하게 수입할 경우를 최소화 하며 ▷중장기적으로 일본산 석탄재 사용을 줄여나간다는 내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협약은 지켜지지 않았을 뿐더러 일본산 석탄재 수입은 오히려 증가했다. 심지어 2008년까지 일본산 석탄재를 수입하지 않았던 한라시멘트마저 2009년부터 수입에 뛰어들었다.

일각에서는 시멘트 생산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일본 석탄재 수입량이 늘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이는 허무맹랑한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시멘트 생산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석탄재 사용량이 증가했을 뿐이다.

시멘트 생산에 필요한 원료 중 점토 수급이 어려워졌고, 이를 석탄재가 대신하면서 국내산, 수입산을 가리지 않고 석탄재가 증가한 것이다.

석탄재 수입현황 <자료출처=환경부, 최병성 목사 재인용>

당장 수입 중단하면 우리도 타격

그렇다면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배재근 교수는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매립분담금제도를 강화하며, 화력발전소가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배 교수는 “사전 대책 없이 수입산 석탄재의 수입을 중단할 경우 국내 시멘트산업은 물론 후방산업(레미콘, 건설)까지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를 매립할 경우에는 매립 부담금 부담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화력발전소는 재활용이 용이한 석탄재 생산공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배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업체가 필리핀에 폐플라스틱을 수출해 문제가 됐지만 사전에 아무도 이러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우리나라 중고가전제품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는데 관련 통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수출입 폐기물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현재의 부실한 폐기물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수출입폐기물의 물질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환경공단의 올바로시스템 및 HS코드를 정비하고, 수출입폐기물 관련 부서의 정비 및 전문인력 투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자들의 날선 지적에 대해 환경부 이채은 과장은 “지난 8일 환경부의 검사 강화 발표는 방사능이나 중금속 오염에 대한 국민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며 “국산 석탄재 사용을 늘리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했고 8월23일 시멘트사, 발전사들과 관계부처 합동으로 미팅을 했다”고 밝혔다.

‘일본 석탄재 등 수입,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토론회가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 경기도, 환경재단 미세먼지센터 주최로 8월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김경태 기자>

환경·경제 함께 고려해야

지난해 중국이 폐비닐, 폐플라스틱 등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그 여파가 우리나라에게까지 미쳤고, 쓰레기 대란이 발생했다. 반면 우리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방사능 우려 때문에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WTO 판정을 거치고 나서야 관철시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석탄재는 환경오염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립하거나 성토재로 사용하면서, 외국에서 석탄재를 수입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일본산 석탄재 수입을 당장 금지하면 우리 시멘트 업계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점진적인 금지와 함께 우리나라의 환경을 보호하고 산업계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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