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식사료 형태의 음식물 쓰레기, 전염병 전파 주요 경로
환경부 개정안, 돼지는 위험하니 개에게 먹이자는 격

[환경일보] 소위 ‘잔반’이라고 부르는 음식물 쓰레기를 줘서 키운 돼지가 아프리가돼지열병(ASF)의 주요 원인으로 밝혀지면서, 환경부가 남은 음식물을 돼지에게 먹이로 주는 것을 금지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동물단체들은 음식물쓰레기가 가축 질병 전파의 경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환경부의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막을 수 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개와 돼지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주는 행위가 광범위하게 허용된 상황에서, 해당 가축의 질병 우려가 있을 경우에만 ‘자가 직접급여’를 금지함으로써 방역체계의 치명적 ‘구멍’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정안이 시행된다 해도 돼지에게 음식물 쓰레기를 소위 ‘습식사료’ 명목으로 주는 행위는 여전히 허용되며 특히나 개 농장주가 음식물 쓰레기를 임의로 수거 운반해 개들에게 먹이거나 무단 폐기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는 17일 세종시 환경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돼지에게 허용되는 습식사료 형태의 음식물 쓰레기는 질병 전파의 주요 요인이 될 위험이 매우 높으며, 더욱이 개들에게 아무런 기준 없이 계속 폐기물의 임의적 급여를 무한대로 허용하는 행위는 바이러스 전파 경로를 뻔히 알면서도 그대로 눈감자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먹이로 지급하는 동물 실태를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도 있었다.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아프리카돼지열병, 치사율 100%

농림축산검역본부 자료에 따르면 ASF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출혈성 돼지 전염병으로 예방백신과 치료약이 없으며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 걸리면 모두 죽는다는 말이다.

돼지가 죽은 후에도 바이러스는 혈액 및 골수 등에 남기 때문에 죽은 돼지를 사료로 사용하면, 이를 먹은 돼지도 감염된다.

게다가 ASF 바이러스는 냉장 및 냉동 상태의 육류에서도 수개월에서 수년까지 생존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음식물 쓰레기에 포함된 각종 햄과 소시지, 만두 등을 통해서도 감염이 가능한 것이다.

전 세계가 ASF 백신을 개발하기 위해 수십년 동안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현재로서는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것이 최선이며 바이러스 유입의 가장 주된 원인은 음식물 쓰레기를 동물에게 사료로 주는 것이다.

전국에 산재한 최소 3000여개의 개 농장에서 음식물류 쓰레기를 자가소비 명목으로 수거해 사료 대신 개들에게 주고 있다. <사진제공=동물권행동 카라>

잔반 급여 돼지농장은 전체 돼지 농장의 4.3%인 267곳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 산재한 최소 3000여개의 개 농장에서 음식물류 쓰레기를 자가소비 명목으로 수거해 사료 대신 개들에게 주고 있다.

ASF 주 감염원인 육류가 포함된 음식물 쓰레기는 개 농장주들이 개 먹이로 가장 선호한다.

카라는 “음식쓰레기는 소해면뇌증 우려로 소에게 주는 것이 금지됐으며, 조류독감 우려로 닭에게도 수분 14% 이하의 건사료화 된 폐기물만 급여 가능하다”며 “이번 조치는 질병 우려가 있을 경우 돼지에게도 쓰레기 직접 급여는 금지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위험해서 다른 동물에게 먹일 수 없는 폐기물을 전부 개들에게 먹이자는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돼지는 물론 전국의 개 농장에 이르기까지 음식물류 폐기물을 동물에게 먹이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ASF는 물론 다양한 전염병으로부터의 국내 방역은 무의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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