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권 청구 조항 없어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구분 근거 사라져

가습기 피해자들은 이날 국회토론회에서 단계 구분을 철폐하고 피해자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사진=김봉운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햇수로 9년이나 됐지만 여전히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구제는 더디고 사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도 명확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해자의 목소리가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피해제도의 문제점 파악과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 주최로 개최됐다.

이날 토론회는 9년 전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정부와 전문가 그리고 피해자들이 의견을 소통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졌으며 조명래 환경부 장관, 남광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장 등이 참석해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 박혜정 대표는 그동안 소통이 힘들었던 부분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를 대표해 “정부가 피해 단계 구분을 철폐하고 노출이 확인된 피해자 인정을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1장 총칙 제1조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독성이 판명된 화학물질을 함유한 가습기살균제의 사용으로 인해, 생명 또는 건강상 피해를 입은 피해자 및 그 유족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구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특별법에는 환경노출 확인 피해자라고 명시해 가습기살균제 노출이 확인된 피해자임에도 인정피해자가 아닌 예비적 피해자로 취급하고 있다. 피해구제 기금을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나눠 구상권 청구를 전제로 삼았다.

박 대표는 “이는 피해 인정을 받은 피해자의 보상에 국가가 개입해 결과적으로 피해자와 기업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8년 8월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정부는 구상권 청구 조항을 삭제했다.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을 가르는 중요한 이유로 구상권 청구 조항 자체가 사라진 상황에서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양분할 근거가 사라진 것이다.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구분해 양분됐던 인정피해자와 환경노출확인 피해자를 구분해 존재할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정부가 나서 인정피해자와 환경노출확인 피해자로 구분한 것은 피해자들이 가해기업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청구권을 차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까지 가습기살균제 독극물로 사망한 피해자는 1403명으로 이 중 1207명이 판정을 받았다. 그중 82%인 988명이 3, 4단계로 판정받아 소위 환경노출확인 피해자였다.

이에 박 대표는 “정부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인해 가해자가 분명 존재하는 가습기살균제 독극물 사건으로 인해 사망하고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것은 지극히 부당하고 국가적인 재난을 방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지금과 같이 정부가 전체 피해자를 책임지고 구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 가해기업과 공동 불법행위자인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방해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박 대표는 “정부가 나서 피해단계 구분을 철폐하고 인정 피해자와 환경노출확인 피해자를 모두 같은 가습기 사건으로 인식해 일원화해야 조속한 처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