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물이력제 무용지물 전락… 감염된 동물도 유통될 수 있어 우려

[환경일보] 어린 돼지를 망치로 잔인하게 때려 죽여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농장이 ‘가축 및 축산물 이력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축산물이력제)’을 위반하고 출하 농장을 속여 돼지를 유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이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물학대,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경남 사천의 A농장은 경기도 용인시 소재 B농장과 충남 논산시 소재 C농장 명의로 돼지를 출하했다.

좁은 공간에서 사람을 피해 도망다니는 새끼 돼지를 사람이 쫓아가 일일이 망치로 내려치는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고 있다. <사진제공=동물자유연대, 동물권행동 카라>

이력을 속이고 출하된 돼지들은 도드람양돈협동조합을 통해 CJ와 동원 등에 납품됐다. 농장이 보유한 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B농장 명의로 8월2일 CJ제일제당에 비육돈 80마리 ▷9월5일 동원홈푸드에 원료돈 80마리를 출하했다. 또한 ▷10월16일에는 C농장의 명의로 도드람양돈협동조합에 81마리를 출하한 내역도 있다.

그러나 축산물품질평가원 기록에는 A농장 명의로 5월에 25두가 출하된 것을 마지막으로 11월까지 단 한 마리도 출하되지 않은 것으로 나온다.

이와 관련해 A농장은 이미 지난 11월 축산물품질평가원에 B농장과 C농장 명의를 사용한 농장식별번호 허위기재로 신고돼 사천시에 의해 고발당한 상태였으며, 아기돼지 망치살해 사건이 보도된 직후인 이번 달 3일부터 다시 자신의 명의로 출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물학대 농장에서 나온 돼지들이 출신 농장을 둔갑해 유통됐고, 축산물이력제가 무색하게 소비자들은 그러한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구매한 것이다.

이에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A농장의 돼지를 유통시킨 도드람양돈조합과 이를 납품 받은 CJ제일제당, 동원홈푸드 측에 ‘동물학대 신분세탁 농장’에 대한 입장표명과 향후 거래중단 등의 조치를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아울러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불매운동까지 전개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동물학대를 저지른 농장에서 출하된 동물이 이력을 속여 유통되고, 피학대동물이 유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동물복지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칫 감염된 동물이 식탁에 오르거나 병든 개체의 이동에 따른 전염병 확산 우려 등 국민보건과 방역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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