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일염에서도 1㎏ 당 100~200여개 발견
인니 소금 1㎏당 최대 1만3천개, 암염 130배

[환경일보] 우리가 매일 먹는 소금, 특히 바닷물로 만든 해염이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에 광범위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대학교 해양학과 김승규 교수팀은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함께 바다의 플라스틱 오염과 일상에서 소비되는 소금 오염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논문을 17일 발표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은 이 연구는 환경과학 분야 저명 국제학술지인 ‘환경 과학과 기술(Environmental Science&Technology)’에 게재됐다.

총 6개 대륙, 21개 국가 및 지역에서 생산된 39개 브랜드 소금을 분석했으며, 여기에는 한국에서 생산·소비되는 3개 브랜드 천일염도 포함됐다.

지금까지 한정된 지역에서 소금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을 연구한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전 지구적 규모로 지역별 식용 소금의 오염도를 측정해, 해양으로의 플라스틱 배출 및 해양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도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 대상지역에서 생산된 소금 대부분에서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 특히 아시아 지역의 미세플라스틱 오염도가 높았다. <자료제공=그린피스>

암염 1㎏당 100개, 해염은 1만3000개

조사 대상인 39개 소금 생산지는 대만, 독일, 미국, 베트남, 벨라루스, 불가리아, 브라질, 세네갈, 영국, 이탈리아, 인도, 인도네시아, 중국, 크로아티아, 태국, 파키스탄, 프랑스, 필리핀, 한국, 헝가리, 호주(가나다순)다. 이 중 28개는 해염(26개 천일염, 2개 정제염)이고, 9개는 암염, 2개는 호수염이다.

조사 결과 바닷물로 생산한 해염의 미세 플라스틱 평균 오염도가 호수염이나 암염의 평균 오염도보다 높았다. 또한 소금 1㎏당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의 최대 입자 수는 해염 1만3000여 개, 호수염 400여개, 암염 100여개로 나타났다.

지역적으로 보면 아시아에서 생산된 소금의 플라스틱 오염도가 가장 높았다. 미세 플라스틱을 가장 많이 함유한 10개 소금 가운데 9개가 아시아 지역 제품이었다.

가장 오염도가 심각한 소금은 인도네시아 제품으로, 1㎏당 무려 1만3000여개의 미세 플라스틱 입자를 함유했다.

조사 대상 해염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정도는 생산지 인근 지역 강에서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의 양, 혹은 인근 해수에서 조사한 플라스틱 오염도에 상응하는 패턴을 보였다.

예컨대 해당 지역 소금이 가장 높은 오염도를 보인 인도네시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국으로, 연간 8만~17만톤의 플라스틱을 바다로 흘려보낸다. 또한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배출이 가장 심한 하천 20개 가운데 4개가 인도네시아에 있다.

한국의 천일염 3개에서도 1㎏당 100~200여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돼, 조사된 28개 해염 중 오염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가 전 세계 플라스틱 오염의 핫스팟이며, 나아가 해염의 미세 플라스틱 오염 정도가 해양 환경 속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가늠하는 지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미세 플라스틱 함유량에 따른 해염 브랜드 순위 <자료제공=그린피스>

연평균 2000개 미세플라스틱 섭취

조사 대상 39개 브랜드 소금을 모두 합친 후, 이를 세계 평균 일일 소금 섭취량인 10g씩 먹을 경우 매년 2000개의 미세 플라스틱 조각을 함께 삼키게 된다.

플라스틱 오염도가 유독 높은 인도네시아 천일염을 제외하고 평균을 내더라도, 연간 수백개의 미세 플라스틱이 소금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논문의 주요저자인 김승규 교수는 “바다로 흘러드는 플라스틱이 해산물뿐 아니라 소금을 통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며,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의 인체 침투 경로는 다양하고, 그 중 소금 섭취를 통한 침투는 약 6%로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 교수는 “이 연구의 핵심은 해염 섭취의 위험성이 아니라, 우리가 환경에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과 해염 섭취를 통해서 삼키게 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매우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린피스의 서수정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가 전 세계적인 플라스틱 오염의 심각성과, 한국 또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줬다”며, “시민의 건강과 환경을 위협하는 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가 더욱 강력한 규제를 통해 일회용 플라스틱을 퇴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 역시 “미세플라스틱 노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배출 환경을 통제하고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것과 같은 예방적 조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린피스는 플라스틱 쓰레기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문제의 근원인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고 정부가 더욱 실효성 있는 규제 법안을 만들도록 캠페인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린피스 홈페이지에서 서명 참여를 통해 시민들도 플라스틱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동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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