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권 개헌 토론회 ‘헌법, 인간과 동물, 환경을 담다’ 개최

헌법 개정을 앞두고 '환경권' 조항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헌법, 인간과 동물, 환경을 담다' 토론회가 11월16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사진=김민혜 기자>

[국회=환경일보] 김민혜 기자 = 사회의 발전과 함께 자연이 파괴되면서 환경의 중요성은 날로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더 이상의 환경훼손을 막기 위한 헌법 개정을 위해 ‘환경권 개헌’에 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카라, 한국환경법학회, 환경운동연합,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권미혁‧노회찬‧진선미 의원이 주최한 ‘헌법, 인간과 동물, 환경을 담다’ 토론회가 11월16일 10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권미혁 의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명래 원장‧이창훈 부원장, 개헌특위 자문위 기본권분과 신필균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인사말 하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기본권분과 신필균 위원장,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명래 원장(왼쪽부터)

회의 시작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30년 만에 개헌 논의를 하고 있는데, 환경이나 동물보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자체가 진일보한 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어제 발생한 지진으로 환경이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느끼게 됐을 것이다. 미래의 가치를 담는 개헌안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졌으면 한다”는 인사말을 남겼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기본권분과 신필균 위원장은 “44년 전, 유학생활을 하던 중 길가에 적혀있던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이 땅은 후손으로부터 빌려 받은 것이다’라는 문구를 보고 가슴이 뭉클해졌던 적이 있다”고 말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도 그런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인사했다. 이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조명래 원장은 “현행 헌법은 개발을 중심으로 하던 1980년대에 만들어져 시대에 동떨어진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개헌은 필수”라면서도 “환경 측면으로는 아직 높은 수준의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은 것 같다. 국가 운영 자체가 녹색국가를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환경국가원리가 국가의 ‘기본원리’로 자리잡기를

첫 번째 발제를 진행하는 강원대학교 박태현 교수

첫 번째 발제 ‘생명‧환경가치를 반영한 헌법개정안’은 환경법률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강원대학교 박태현 교수가 맡았다. 박 교수는 “헌법은 미래를 기획하는 것이며 우리 공동체의 객관적 가치질서”라며 “헌법개정으로 당장의 생활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삶의 지표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헌법에 환경적 가치를 담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헌법 개정을 통해 환경국가원리가 국가의 ‘기본원리’로 인정받게 되기를 원한다고 주장하며 헌법 전문(前文)과 조항에 몇 가지 개념을 추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한다는 부분은 ‘자연환경과 생명가치를 존중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확고히 한다는 것으로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는 부분은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발전과 국민 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한다는 것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다. 

또한 헌법 10조 2항,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는 내용에 모든 ‘생명존재’가 존중돼야 한다는 내용을 더하자는 것과, 헌법 119조 경제성장과 관련한 법률에서는 ‘지속가능’과 ‘균형’을 포함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연의 유한함을 인식하는 바탕에서 인간의 경제적 자유를 펼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다.


미래지향적 법안의 토대를 마련하자

두번째 발제를 진행한 숭실대학교 고문현 교수

한국헌법학회의 차기 회장으로 선발된 숭실대 고문현 교수가 ‘헌법상 환경권 개정안’을 주제로 발제를 이어갔다. 현행 헌법은 시대변화와 급속한 과학기술발전 상황을 담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지향적 환경보호와 국민 삶의 질 향상 등 환경법제적 토대 마련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의 환경 관련 기본법에 대해 설명한 고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차기 개정안에 대한 의견들도 제시했다.

전문에는 ▷동물 보호 등 생명 가치에 대한 존중과 보장 ▷미래세대의 이익을 확인하고 보호하는 것 ▷자연의 유한성 인식과 개발의 한계를 천명하는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내용 등을 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기본권 항목에는 ▷환경권을 집단적 권리로 재해석하는 ‘함께누리는 환경권’ ▷보호와 존중의 의무를 생명체들로 확장하는 ‘생명보호 의무’ ▷환경보전의 목표와 가치에 대한 천명인 ‘지속가능한 환경보전’을 담아내자고 주장했다.

고 교수는 “우리 모두가 미래세대로부터 위임받은 책무를 다해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자”는 말을 남기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것이 관건

토론참여자들. (좌측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좌장을 맡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부원장,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 부경대 법학과 박종원 부교수,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

이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이창훈 부원장을 좌장으로 토론이 진행됐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전진경 상임이사, 부경대 법학과 박종원 부교수,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환경운동연합 염형철 사무총장은 “개헌 논의가 환경 분야에서는 활발하게 일어나지 않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며 환경과 관련된 논의를 어떻게 활성화시킬지에 대해 논의해 보자고 했다. 국회 개헌특위의 논의 과정에서도 전문 개정안에 포함된 ▷생명존중 ▷자연환경보호 ▷지속가능성 제고 ▷미래세대 배려 등에 대한 검토는 거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환경권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하고, 지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환경권 강화 네트워크’를 조직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의 전진경 상임이사는 “동물도 지각을 가진 존재라는 인식이 점차 널리 퍼지고 있다”며 “과학적으로도 증명된 사실인 만큼 동물의 기본권에 대한 논의도 진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헌법 제10조에 국가가 동물의 이익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것을 명시하는 것, 헌법 전문에는 ‘생명존중’을 선언, 헌법 제35조에는 환경의 지속 가능성 보장과 함께 모든 생명체의 존중과 국가의 법률적 보호를 명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부경대학교 법학과 박종원 조교수는 “두 발제자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히며 세부적인 부분에 대한 의견을 보탰다. 먼저 개정안 중 ‘국민의 환경보전의무’가 삭제된 부분에 대해 환경향유권에 상응하는 환경보전의무를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생명체 존중과 관련해서는 인간 이외의 생명도 물론 중요하지만, 헌법으로 어떻게 수용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헌법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의 공통된 가치를 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속가능성도 ‘환경적으로 건전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본래의 뜻이 담기는 것이 좋겠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국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의 유종일 교수는 “헌법 개정에 있어 생태환경적 고려는 충분히 수용해야 하지만, 대다수 국민의 인식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제민주화 조항’이라고 불리는 헌법 제119조에 ‘지속가능성’ 부분을 추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120조 지속가능한 보전의 개발 원리 조항을 제대로 실천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